‘그린(Green)은 살리고 벨트(Belt)는 풀자.’
그린벨트 해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메뉴였다. 그로 인해 현재 당초 지정 지역의 70% 정도만 유지되고 있다. 사유재산 침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그린벨트가 국토의 허파 역할을 담당한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도시 주변 녹지공간 보존이라는 그린벨트의 본래 가치를 지키면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개발 논리로 지정을 해제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이세걸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사유재산권 등 요구가 있다면 적절한 범위 안에서 해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평가등급 절차 등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조정하면 일부 중복되거나 애매한 규제를 충분히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개발에 대한 편의 제공 차원이 아닌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상생과 합의가 그린벨트 문제의 해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애초 지정 당시 적정 규모를 측정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지정됐지만, 그린벨트가 그간 환경 측면에서 기여한 부분이 큰 만큼 개발과 보존이 적절하게 상존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용성 고려대 교수는 “도심 녹지 공간이 갈수록 줄어들어 대체녹지를 새로 만드는 상황에서 굳이 기존 그린벨트를 개발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다만 지금처럼 희생만 강요해선 안되고 그린벨트로 사유재산이 묶여 있는 이들에 대한 보상이 제도적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창무 서울대 교수는 “지금까지 그린벨트 해제의 이득은 기득권층에 집중됐다”라며 “소득이 올라가면서 오히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우리 사회가 바라는 가치가 과연 개발인지, 환경인지 진지하게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 보존과 도시 관리라는 기본 취지에 맞게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보다 현실적이다. 정권 따라 바뀌는 그린벨트 정책의 혼선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1999년 김대중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는 환경평가를 거쳐 보존가치가 낮은 지역에 국한한다’는 대원칙(개발제한구역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한 만큼, 이를 기본으로 현 개발제한구역관리법에 관련 지침을 조문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는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에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을 영구적으로 묶는 방안도 논의 해 볼 수 있다”라며 “이미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수십 년 전에 관련 내용을 명문화시켰다”라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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