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예방 중점 둔다지만 “정권 성향에 좌우” 지적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조사 건수가 수년 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독립적인 시장 감시 역할보다 정권의 성향에 지나치게 좌우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경제개혁연구소의 ‘역대 공정거래위원장별 정책목표와 집행실적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이후 공정위의 직권조사(피해자 등의 신고 없이 자체 착수하는 조사) 건수는 2005년 2,919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1,669건) 처음 1,000건대로 떨어졌던 직권조사 건수는 2011, 2012년 소폭 늘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1,053건) 다시 줄었다.
보고서를 쓴 이승희 연구원은 “(2005년부터 급증한)신고 건수 증가가 직권조사를 대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공정위가 직권조사에 소극적이 된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직권조사 건수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이른바 ‘갑의 횡포’를 견제하는 하도급ㆍ가맹ㆍ유통법 위반 관련 직권조사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2007년 사후 제재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정책기조가 전환되며 줄기 시작한 하도급 분야 직권조사는 2010년(329건)엔 전년(1,278건) 대비 74.3%나 급감했다. 이 분야 직권 조사 건수는 2012년(670건)까지 약간 늘었다가 지난해(497건) 다시 감소했다.
담합이나 대기업 독점 등을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분야 직권조사 건수도 2006년부터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독점이나 대기업 규제 등은 노무현 정부 때 시정 실적이 높았고, 물가 안정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 때는 담합 시정 실적이 높았다. 지난해는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시정 실적이 2012년보다 저조했다. 이 연구원은 “위원장 성향이나 대통령의 국정 목표에 따라 공정위의 감시 역할이 느슨해지거나 특정 분야에만 집중되는 것은 공정거래 전 분야에 걸친 고른 법 집행을 저해하고, 공정위 위상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정책적 제도 개선에 집중하며 직권조사 건수 등이 다소 줄었지만 하반기부터는 정책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직권조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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