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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조직 채팅 최근 급증… 영국 테러 경보 심각으로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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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조직 채팅 최근 급증… 영국 테러 경보 심각으로 높여

입력
2014.09.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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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테러 사전 차단 골몰… IS 가담자 많은 英 가장 민감 대응

작년 연간 테러 1만건 돌파… 테러 사망자 1만8000여명

안보뿐 아니라 경제까지 휘청… 리비아·케냐·이집트 관광·석유·가스 등 주요 산업 타격

“이라크와 시리아 사태로 테러 위협이 고조돼 국가적 테러 위험 수준을 ‘현저함(substantial)’에서 ‘심각(severe)’으로 격상합니다.”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심각’은 테러위험 수준 5단계 중 가장 높은 ‘공격 임박(critical)’에 이은 두 번째로 높은 수준. 영국 정부가 위험수위를 높인 건 3년 만이었다.

이미 지하철 테러 등을 경험했던 영국 국민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취재진은 ‘테러 경보를 상향 조정한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이냐’, ‘어떤 위협이라도 있었던 것이냐’ 등의 질문을 쏟아 냈고 메이 장관은 “당장 공격위험이 감지된 것은 아니지만 테러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9ㆍ11 테러 13주년을 맞는 국제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시 테러의 핵심 배후 세력으로 지목된 알카에다가 완전히 소탕되지 않은 데다, 알카에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잔인하다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갈수록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중동지역에서 위세를 떨치며 위협적인 세력으로 급부상한 이슬람국가(IS)는 미국과 다국적 유엔평화유지군의 군사 작전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각국은 잠재적 테러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데, 가장 적극적인 곳은 영국이다. 영국은 테러 경보를 격상하면서 자국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를 엄단하는 반(反)테러법 강화 계획도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 1일 의회에 출석해 “지하디스트의 귀국을 막기 위해 경찰이 일시적으로 여권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고 테러 수사에 필요한 항공 탑승객의 명단 제출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IS 같은 급진 세력에 충성을 선언하는 영국 시민이 나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지하디스트의 귀환 위협에 맞서 필요한 권한을 대응 당국에 부여하겠다”고 설명했다.

호주는 이미 8월 말 주요 공항에 테러대응 부대를 배치했다. 토니 애벗 총리는 최근 연방의회에 출석해 “시드니 공항과 멜버른 공항에 새로운 테러대응 부대를 배치했고, 안보 감시 대상자의 움직임을 추적 관찰하기 위해 조만간 다른 국제 공항에도 이 부대를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시드니 출신 테러리스트가 타인 여권으로 출국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지하드에 참전 중인 사실이 최근 드러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9ㆍ11테러 13주년을 맞아 테러 단체들의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 미 정부 당국자는 인터넷 매체 ‘더 블레이즈’와 인터뷰에서 “해외 이슬람 테러 조직 사이에 인터넷 채팅이 최근 크게 늘어났다”며 “2001년 9ㆍ11테러 발생 이전에도 채팅 증가 현상이 나타난 적이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테러, 갈수록 치명적

전 세계적으로 테러 위험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미국 매릴랜드대 테러연구소(GTD)에 따르면 테러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모두 12만5,000건의 테러가 발생했다. 특히, 9ㆍ11테러가 터진 2001년부터 발생한 테러가 5만3,272건(연평균 4,098건)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해(1~12월)에는 처음으로 연간 1만 건을 돌파했다. 각국이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잠재적 테러 위협에 대비해 왔지만, 테러 발생 건수는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영국의 위험분석관리 전문 컨설팅업체 메이플크로프트사가 발표한 ‘글로벌 테러ㆍ안보 보고서(MTSD)’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1년간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1만8,668명으로 이전 5년 동안의 연간 사망자 평균치(1만4,433명)에 비해 29.3%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발생한 테러 건수는 9,471건(하루평균 26건)으로 5년간 평균치(1만468건)보다 9.5% 감소했다. 메이플크로프트는 “테러 발생 건수는 줄었는데도 사망자는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한다면 테러 행위나 방법이 훨씬 치명적으로 변화해 더욱 위험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테러 해적 인권침해 등 사건들을 기록ㆍ분석해 197개국의 테러 위험이나 안보 상황을 평가하고 있는 메이플크로프트는 특히 12개 국가를 “극도로 위험한 국가”로 꼽았다. 이라크(1위), 아프가니스탄(2위), 파키스탄(3위), 소말리아(4위), 예멘(6위), 시리아(7위), 레바논(9위), 리비아(10위)처럼 오랜 기간 분쟁이나 내전 등을 겪고 있어 정치 사회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통치력이 크게 약화한 국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5위), 필리핀(8위), 콜롬비아(11위), 케냐(12위) 같은 경제성장률이 높은 개발도상국도 일부 포함됐다.

가장 위험한 국가로 꼽힌 이라크는 지난 1년간 모두 3,158번의 테러 공격을 받아 무려 5,929명이 사망했다. 테러 발생 건수는 2위인 파키스탄에 비해 3배나 많고, 희생자 수도 전년보다 2,188명이 늘어났다. 올해 초부터 기승을 부리며 활개치고 있는 IS로 인해 이라크의 치안능력은 크게 악화한 상태. 보고서는 “테러 공격에 대응하는 이라크 정부의 무능력함을 보여 준다”며 “IS는 국가 인프라인 석유와 가스 등 국가 주요 자산까지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지리아는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 때문에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보코하람은 올 5월 여중생 276명을 집단 납치해 국제사회를 경악하게 했던 사건을 포함, 2013년 7월 1일부터 2014년 6월 30일까지 1년간 모두 146차례에 걸쳐 각종 테러와 공격을 저질러 3,477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 1회 공격당 평균 사망자 수가 무려 24명으로, 이라크(2명)의 12배에 달한다. 이는 보코하람이 수도 아부지와 최대 도시 라고스의 국가 주요기관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으면서 세력을 확대하고, 국가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나이지리아 정부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안보 위협에 성장률까지 깎아먹어

더욱 큰 문제는 테러 위협이 상존하는 나라는 안보 위협을 통해 경제까지 침체시키며 국민에게 더욱 큰 고통을 준다는 점이다.

리비아의 경우 테러가 전년도 대비 두 배로 증가하면서 군사적 폭력이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리비아 경제가 크게 의존하고 있는 석유산업은 반군에 의해 수출항이 막히고, 다국적기업이 투자를 회수하는 바람에 탄화수소생산이 중단됐다.

리비아 내의 폭력사태는 국경을 접한 이웃 나라 이집트(17위)의 테러위험도까지 증가시켰다. 올해 이집트 시나이 반도와 수도 카이로에서 일어난 공격은 올 5월 관광객 수를 전년도 5월 대비 20퍼센트 감소시켰고, 시나이 반도 북부에 있는 가스 파이프라인에 대한 지속적인 폭격은 수출과 정부수입에 영향을 미쳤다.

케냐도 국내총생산(GDP)의 약 12.5%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이 소말리아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단체 알 샤바브의 빈번한 공격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 알 샤바브가 지난해 9월 6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웨스트 게이트 쇼핑몰 테러’를 저지른 데 이어 올 6월에는 소말리아 남쪽 국경과 가까운 라무 지역 음페케토니 마을에 테러를 가해 60명이 숨졌다. 이로 인해 방문객들이 줄고, 관광산업이 크게 위축됐다.

조단 페리 메이플크로프트 선임연구원은 “리비아, 케냐, 이집트는 테러 위험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져 관광, 석유, 가스 등 자국 주요 산업의 투자신뢰도에 흠집이 갔다”며 “기업체들은 이 나라들의 안전도가 낮아지고, 투자해야 할 보안비용이 증가하니까 국가단위의 계약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메이플크로프트가 ‘중위험군’으로 분류한 중국(32위)도 예전보다 테러 공격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 중국의 테러 공격 사망자 수는 2014년 상반기(1~6월) 76명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16명)에 비해 상당히 늘었다. 보고서는 “중국이 탄화수소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고 해 외국 기업도 탄화수소가 대량으로 매장된 신장위구르자치구 탐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장위구르자치구는 한족과 위구르족이 가장 극렬하게 대립하는 지역 중 하나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공격의 대상이 될 확률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앨리슨 월스트 메이플크로프트 회장은 “테러 공격의 특징은 사건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몰라 사전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테러 공격의 빈도, 위치, 치명성, 공격 유형에 대한 정보를 각국이 공유하면 테러대응, 의사 결정, 보안 대책 등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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