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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안전판? 헛도는 퇴직연금

입력
2014.09.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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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이직… 평균 근속 6.4년… 개인형 계좌 해지율 86%나

"연금식 받으면 추가 稅혜택" 정부 당근책도 실효성 의문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년수는 불과 6.4년. 회사의 구조조정에 떠밀려 직장을 그만두기도 하고,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로 직장을 옮기기도 한다. 근로자들은 회사를 그만둘 때마다 선택을 한다. 퇴직급여를 바로 인출할 것인지, 아니면 노후에 대비해서 개인형 퇴직연금계좌(IRP)에 넣어두고 계속 운영을 할 것인지. 정부는 세제 혜택 등 당근을 제시하며 노후 대비를 위해 당장 인출하지 말고 은퇴 전까지 IRP 계좌로 운영할 것을 권장하지만, 당근을 받아 드는 근로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당장 목돈이 필요한 이들에게 어지간한 세제 혜택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 평생 직장 시대에 비자발적으로 은퇴 시점까지 퇴직금을 쌓아두는 경우라면 모를까 잦은 이직이 보편화된 시대에 자발적으로 은퇴까지 퇴직금을 굴릴 수 있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설령 은퇴까지 퇴직금을 쌓아둔다고 해도 대부분 목돈으로 받아갈 뿐, 다달이 연금 식으로 퇴직급여를 받아가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정부가 퇴직연금을 노후 안전판으로 만들겠다며 공을 들이고 있지만, 현실과는 적잖은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기사 5면

10일 금융투자업계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012년 8월부터 2013년 7월까지 1년간 퇴직연금 사업자 상위 20개사의 전체 개인형 IRP 계좌 50만6,000여개 중 중도 해지한 계좌 수가 43만4,000여개로 평균 해지율이 8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가입자 중 은퇴 연령(55세) 전에 회사를 그만두거나 이직 등의 이유로 IRP 계좌를 해지해 퇴직금을 찾아가는 사람이 10명 중 8명이 넘는다는 얘기다. IRP 계좌 적립금 기준으로 봐도 이 기간 적립금 6조111억원 중 일시금으로 찾아간 금액이 4조3,536억원으로 72%를 넘었다. 정부는 근로자가 이직이나 퇴직을 하면서 받은 퇴직금을 입금해 은퇴 시점까지 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개인형 IRP 계좌를 도입했지만, 제도와 현실이 따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직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노후 안전판으로 활성화하겠다는 퇴직연금제도가 그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은퇴 연령까지 퇴직급여를 운용한다고 해도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다달이 연금식으로 받겠다는 이들은 극소수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매 분기 퇴직연금 수급자 중 연금 방식을 택하는 이들은 100명 중 2, 3명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지난 달 퇴직연금 활성화 대책을 통해 연금 수급 시 추가적인 세제 인센티브를 제시하긴 했지만, 일시금을 포기하는 이들이 얼마나 더 늘어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류재광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직이 잦은 30~40대에는 생애주기 상 목돈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50대 퇴직자는 연금 자체만으로는 노후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창업 등 사업자금으로 퇴직연금을 활용하기 위해 일시금으로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대로는 퇴직연금이 노후 안전판 역할을 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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