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령 30홈런 달성

가장 싫어하는 포크볼이었다. “무조건 참아야 하는데 홈플레이트 앞에서 변한다. 방망이를 낼 수밖에 없고 결국 삼진을 당한다”는 구종이다. 하지만 에릭 해커(30ㆍNC)가 던진 포크볼은 밋밋했다. 한 가운데로 먹기 좋게 떨어졌다. ‘국민 타자’ 이승엽(38ㆍ삼성)이 한국 프로야구 최고령 시즌 30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승엽은 10일 창원 NC전에서 0-2로 뒤지던 6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우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에서 2구째 시속 128㎞의 포크볼을 잡아 당겼다. 올 시즌 오른 다리를 거의 들어 올리지 않는 타격폼으로 명예 회복에 성공한 이승엽이지만, 이번엔 작심한 듯 다리를 들고 방망이를 돌렸다. 한껏 체중이 실린 공은 105m 날아가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홈런볼’이 됐다.
지난달 30일 넥센전 이후 6경기 만에 손맛을 본 이승엽은 역대 최고령 30홈런 기록을 두 살 늘렸다. 이승엽이 이날 만 38세 23일의 나이로 30방째 대포를 쏘아 올리기 전, 외국인 타자 펠릭스 호세(2001년ㆍ롯데)가 만 36세3개월17일의 나이로 30홈런 고지에 올랐다. 아울러 통산 홈런 개수를 388개까지 늘린 이승엽은 400홈런 고지에도 한 발짝 다가갔다. 시즌 타점은 92개로 30홈런-100타점도 눈 앞에 다가왔다.
1위 자리를 위협 받던 삼성은 이승엽의 홈런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뒤 4-2,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2로 뒤지던 9회 2사 만루에서 상대 마무리 김진성의 폭투로 동점을 만들었고, 계속된 2사 2ㆍ3루에서 박찬도가 프로 데뷔 첫 안타를 2타점 짜리 좌전 적시타로 장식했다. 이날 패했다면 넥센에 1.5경기차로 쫓길 뻔했던 삼성은 큰 고비를 넘었다.
부산에서는 롯데가 SK를 11-5로 물리쳤다. 롯데는 리그 평균자책점 1위 김광현에게 11안타 9점을 뽑아냈다. 특히 5회를 제외하고 매 이닝 점수를 뽑아내는 화력을 뽐냈다. 롯데 선발 송승준은 5이닝 동안 10안타 4실점을 했지만 타선의 도움으로 8승(11패)째를 거뒀다.
넥센은 목동 한화전에서 선발 헨리 소사의 역투를 앞세워 4-2로 승리했다. 소사는 120개의 공을 던지면서 8.1이닝을 6안타 11삼진 2실점으로 막고 9연승을 이어갔다.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한국 땅을 밟은 뒤 6월17일 KIA전부터 13경기 동안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넥센 마무리 손승락은 4-2로 쫓긴 9회 1사 1ㆍ2루에 등판해 김태완을 병살타로 잡아내며 시즌 3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 임창용(1998∼2000) 오승환(2006∼2008)에 이은 역대 3번째 3년 연속 30세이브다. 광주 LG-KIA전은 12-6 LG의 승리. 선발 류제국이 5.2이닝 4실점(3자책)으로 전구단을 상대해 승수를 쌓는데 성공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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