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도 높아 일반가축의 9배... 메뚜기 쿠키 제품 이미 완성
에너지 바·전투식량 등 개발 포부..."100억 달러 세계 시장에 도전"
“메뚜기로 세계 최고의 구호식품 기업을 만들겠습니다.”
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에 재학 중인 김재학(26)씨는 메뚜기와 씨름 중인 대학생 창업가다. 메뚜기를 가공한 식품으로 세계 구호식품 시장 진출을 꿈꾸고 있다. 최근에는 ‘SOL’(Save one’s life)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마쳤고 ‘훕브(Hoop-v)’라는 이름의 메뚜기 쿠키도 만들어냈다. ‘사랑’을 뜻하는 아랍어 ‘훕브’를 영문으로 표기한 것이다.
사업 구상 이후 2년여 만에 벌써 메뚜기 사육시설 부지와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사육기술을 전수받는 구체화 단계까지 왔다. 김씨는 “메뚜기의 단백질 함량은 닭이나 소보다 3배 가량 많고 같은 양의 사료를 투입했을 때 생산되는 양도 다른 가축보다 9배 정도 많다”며 “사육 환경도 친환경적이어서 미래 식량으로써의 가치도 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농식품부는 ‘곤충산업육성 5개년 종합계획(2011)’을 통해 2015년까지 1,100억원을 투자해 시장 규모를 3,000억원까지 키울 예정이라고 발표, 시장 전망이 밝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고고학 전공인 김씨가 메뚜기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대학시절 봉사동아리 활동에서 비롯됐다. “재해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하는데 ‘피해민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순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호 식품 시장이 ‘구호’라는 가치 때문에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도 작용했다. 그래서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인 메뚜기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게 됐다.
먼저 주 소비자를 세계 각국 정부와 구호활동을 하는 대기업, 해외봉사활동을 하는 대학 등으로 설정했다. 김씨는 “막상 사업을 계획하고 눈을 돌려 보니 세계 구호시장 규모가 100억 달러가 넘었다”며 ”메뚜기의 유용성을 알려 유엔 조달업체에 등록만 한다면 세계 구호시장에 진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대학생인 그가 사업을 시작할 만한 막대한 자금을 끌어 모으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창업 스쿨에서 만난 멘토들의 도움으로 평소 구호사업이나 봉사에 관심 있는 CEO들을 소개받았고 서울, 인천, 경기 등에서 발품을 팔며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도움을 받기도 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먼저, 메뚜기 직접 사육이 당면 과제다. 김씨는 “사육 기술을 전수받으면 생산 단가를 훨씬 낮출 수 있다”며 “이후에는 쿠키 외에도 에너지바, 전투 식량, 단백질 보충제 등 제품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주위에서는 ‘그게 가능하겠느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뜬구름 같던 얘기가 이젠 시제품 완성 단계까지 왔다”며 “돈도 중요하지만 가치가 우선인 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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