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줄이고 아파트 짓게 해 달라" 107층 타워 일부 용도 변경 요구
"관광객 유치하라고 바다 매립 허가" 국토부, 매립 목적 변경 불가 입장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사업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롯데는 부산에 추진중인 또 다른 마천루 때문에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부산 중구 중앙동 옛 부산시청 자리에 짓기로 한 롯데타운의 107층짜리 주 건물 공사가 6년째 표류되며 시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롯데가 야심차게 서울과 부산에서 함께 밀어붙였던 마천루 사업이 그룹의 이미지만 훼손시키고 있는 것이다.
10일 롯데와 부산해양항만청에 따르면 애초 롯데는 영도대교가 바로 붙은 이곳 4만㎡(공유수면 매립지 1만2,600㎡ 포함) 부지에 저층의 백화점과 엔터테인먼트동(아쿠아동), 107층짜리 주 타워건물로 구성되는 ‘부산 롯데타운’을 지난해 말 완공할 예정이었다.
당초 시설계획 가운데 백화점(2009년 임시사용 허가)과 엔터테인먼트동(지난달 임시사용 허가)은 제 일정에 맞춰 완공됐지만 타운의 상징인 107층 주 타워 건축공사는 아직 손을 못 댄 상태다.
2002년 12월 부산해항청으로부터 공유수면 매립 허가를 받은 롯데는 2008년 9월 매립공사를 끝냈지만 타워부문은 지금껏 터파기 공사만 해놓고 본격적인 상부공사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지연 이유는 ‘용도 변경’을 고집하는 롯데 측에 있다. 롯데 측은 ‘관광사업시설 및 공공용지’로 허가 받은 타워 일부를 아파트로 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호텔 객실 이용률이 떨어지고 오피스텔 공실률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사업수익 보장을 위해선 일부 용도 변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롯데의 당초 타워 계획은 지상 107층 전부를 호텔(객실 1,500개)과 업무ㆍ부대시설로 꾸미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호텔 객실을 800개로 줄이기로 했다가 2009년 7월엔 부산해항청에 ‘매립목적 변경 허가’를 신청하면서 호텔은 200실(21개 층)로 더 줄이고 대신 35개 층에 아파트를 짓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부산해항청은 롯데의 매립목적 변경 허가 신청을 당시 국토해양부에 보고했고, 국토부는 이를 중앙연안관리심의회에 상정했으며 심의회는 위원 9명 중 8명의 반대로 부결 처리했다. 당시 국토부는 부산해항청에 “매립 목적 변경은 최대한 엄격히 제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부산해항청 관계자는 “애초 호텔과 오피스텔 건립을 조건으로 매립허가가 난 만큼 사업성을 높이려 주거시설을 포함하겠다는 것은 원래 허가 목적과 맞지 않는다”며 “롯데가 제시한 주변지역 개발, 관광특구 지정, 도심 공동화 해소, 초고층 빌딩의 효율적 사용 등은 매립목적 변경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애초 유서 깊은 요지인데다 바다매립 문제로 특혜논란이 일었던 사업이지만 침체한 부산 원도심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눈을 감았던 시민들은 롯데타운 공사가 엉뚱한 이유로 장기 지연되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근 부평깡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롯데가 호텔과 관광시설을 짓는다고 해 타운계획에 찬성했는데 그간 아파트를 짓는 문제로 지연됐다니 배신감이 든다”며 “관광시설은 없고 대형마트만 슬쩍 들어와 지역 전통시장이 다 죽게 생겼다”고 말했다.
부산경실련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라고 부산의 요지 중 요지에 바다매립을 허가해 줬는데 아파트를 짓겠다니 말이 되냐”면서 “제2롯데월드에 대한 서울시의 태도를 참고 삼아 부산시도 롯데에 대한 행정지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 측은 이에 대해 “매립목적 변경 허가를 다시 신청할 예정이며, 내년 초까지 상부시설 착공 준비를 끝낼 것”이라며 “구체적인 착공 시점은 대체부두 투자비 인정 문제와 관련한 부산해항청과의 소송이 끝나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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