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후 성장률 하락세 계속, 날씨ㆍ세월호 탓 작년 재고 50% ↑
한해 매출 60~70% 차지하는 추동시즌 앞두고 모델 교체 바람
가을ㆍ겨울 시즌을 앞두고 아웃도어 업체들이 대거 간판 모델을 교체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의류 업체가 새 시즌에 들어서면서 분위기 전환을 위해 브랜드의 얼굴을 바꾸는 건 일반적이지만, 이번 모델 전쟁에는 여느 때와 달리 비장함이 감돈다. 지난 겨울부터 이어진 매출 부진 탓에 업계 전반에 걸쳐 ‘이번 겨울마저 놓치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짙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 업체들은 한 해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추동시즌을 앞두고 잇따라 새 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LF의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는 고준희에서 신민아로 모델을 바꿨고, 지난 1년 동안 중국 배우 탕웨이와 장동건을 기용했던 코오롱FnC의 코오롱스포츠는 이례적으로 남자 모델만 성준으로 교체했다. 또 블랙야크의 마모트는 인지도 상승을 목표로 기존 모델 박형식과 함께 소지섭을 신규 기용했다.
그간 스타 마케팅에 나서지 않았던 업체들도 가담했다. 2012년 이후 모델을 두지 않았던 휠라 아웃도어는 최근 주말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친숙해진 송일국을 새로 발탁했으며, 올 봄여름 시즌 모델 계약을 하지 않았던 몽벨도 이정재와 손을 잡았다.
반면 톱스타 효과를 톡톡히 본 노스페이스(공효진), K2(현빈), 블랙야크(조인성), 아이더(이민호) 등은 이번 시즌에도 모델을 유지한다.
이처럼 올 추동시즌 아웃도어 업계에 톱스타 열풍이 유독 거센 이유는 성장률이 크게 둔화한 것과 관련이 깊다. 해마다 1조원 이상 고공 성장했던 아웃도어 시장은 2011년을 기점으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7조원대를 넘어설 전망이지만, 성장률은 한자릿수(9%)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2012년까지 30%대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던 롯데백화점 아웃도어 신장률은 지난해 처음 30%대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17.5%로 급락했다. 침체가 계속되면서 상반기 국내에 진출한 팀버랜드, 벨렌슈타인을 제외하면 연내 더 이상 신규 아웃도어 브랜드 출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출 감소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지난 겨울 주요 업체들은 전년도 다운의 선풍적 인기에 힘입어 생산량을 늘렸는데, 따듯한 날씨 탓에 재고가 전년대비 50% 불어났다. 여기에 상반기 세월호 여파로 야외 활동이 뜸해진 데다 업체들이 마케팅을 펼치지 못하면서 회복 기회를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백화점과 손잡고 여름 이월상품 할인 행사를 예년보다 한 두 달 앞당겨 진행했지만, 이 때의 반짝 특수로 정작 신상품의 판매는 부진한 상황이다.
브랜드의 급격한 증가로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진단을 받고 있는 업계에서 “이슈 몰이를 위해서는 모델 교체 카드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아직 아웃도어의 위기를 말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와 올해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잇따른 이례적 경우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현재 키즈, 골프웨어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과도기에 있다”며 “올 겨울은 지난해보다 날씨가 추울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업체들이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만큼 시장이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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