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또 자정해 사퇴거부 의사
“아무런 행위나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범죄에 준하는 행위가 일어날 수 있는지 제가 거꾸로 좀 묻고 싶습니다.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처분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금감원의 중징계를 통보 받고 이 행장이 전격 사임한 지 일주일째인 10일. 임 회장이 “주 전산기 기종 변경 과정에서 이사회 안건 왜곡, 허위보고 등 범죄행위에 준하는 심각한 내부통제상 문제가 표출됐다”는 금감원의 통보에 정면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또다시 자청하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12일 금융위의 징계 결정 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임 회장이 사퇴 거부 의사를 재확인함으로써 갈등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임 회장은 “금감원장이 객관적 사실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2개월 이상 논의한 제재심의 경징계 판정을 중징계로 상향했다”며 최수현 금감원장에 화살을 겨눴다.
그는 우선 주 전산기 전환사업 리스크에 대해 수 차례 보고 받고도 감독 의무 이행을 태만히 했다는 금감원의 징계 사유에 대해 “업체 선정이나 가격 등 최종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사항에 대해 중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반박했다. 또 성능검증(BMT) 결과 1억건 중 400만건의 오류가 생기는 것을 누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IT전문가인 김형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까지 배석시켜 “사전 거래테스트 중 발생한 것으로 4%의 오류는 실제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자회사 임원 인사 부당 개입 의혹 역시 “국민은행장이 문서로 협의 요청한 IT본부장 임명안에 대해 원안대로 동의했고 최종 결정은 은행장이 했다”며 사실무근임을 주장했다.
그는 거취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은행장이 사퇴했고 제가 흔들리면 또 다른 최고경영자(CEO)를 세우는 데 1년 가까이 걸리면서 KB그룹에 또 혼란이 일어난다”며 임기 완주의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임 회장측은 금융위의 중징계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사퇴를 거부하고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 구제절차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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