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여고생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듬체조 대표팀 막내로 언니들이 하지 못한 ‘큰 일’을 시니어 무대 데뷔 첫해에 해냈다.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소녀는 한국 리듬체조를 이끌어갈 기대주에서 세계 무대를 누비는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ㆍ연세대)가 인천 아시안게임 개인 종합 금메달을 노린다. 손연재는 리듬체조 불모지에서 연일 새 역사를 쓰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인 종합에서 한국 선수 중 처음으로 결선에 올라 사상 최고 성적 5위를 기록했고,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 시리즈에서 11회 연속 메달 획득에도 성공했다.
손연재는 지난 7일 러시아 카잔에서 끝난 월드컵에서 개인 종합 5위, 후프 동메달을 목에 거는 등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아시아 선수 가운데 압도적인 성적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엘리타베타 나자렌코바와 일본의 사쿠라 하야카와는 각각 개인 종합 8위, 11위에 그쳤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중국의 덩썬웨는 출전하지 않았지만 손연재는 지난달 던디 월드컵에서 개인 종합 3위에 올라 7위에 머문 덩썬웨의 기를 꺾은 바 있다.
손연재의 강점은 풍부한 표현력이다. 손연재는 ‘표현력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예술부문에서 많은 점수를 번다. 또 18점대를 받기 위해 연기 난도를 높였다. 이 점수대는 세계 최정상급의 마르가리타 마문과 야나 쿠드랍체바(이상 러시아) 등 몇몇 선수만이 이름을 올린다. 때문에 손연재의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큰 실수만 없다면 무난히 획득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손연재는 후프와 볼에선 18점대 안팎의 뚜렷한 강점을 보이지만 리본과 곤봉에선 상대적으로 저조한 점수를 받고 있다.
손연재는 18∼27일 터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마지막까지 국제 대회에서 실력을 점검한 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할 예정이다.
손연재는 “아시안게임 전까지 체력 훈련은 필수이며 실수를 줄이기 위해 긴장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이어“금메달은 미리 결정해 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금메달이 유력하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손연재는 덩썬웨, 나자렌코바 등 경쟁자들이 모두 훌륭한 선수라고 칭찬하면서 “결국은 자신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쟁자들을 신경 쓰기 보다 먼저 나의 보완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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