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들여다보는 책 중에 ‘미국의 송어낚시’라는 소설이 있다. 작가는 리처드 브라우티건. 반항과 위반, 그리고 해방과 모험의 상상력으로 1960년대 히피 운동의 문학적 상징이 된 작가다. ‘미국의 송어낚시’는 시적 은유와 삶에 대한 깊은 통찰, 반성적 사유로 가득한 작품이다. 이 책은 200만 부 이상 팔렸고 리처드 브라우티건은 젊은 세대의 우상이 되었다. 매니저의 증언에 의하면 그가 샌프란시스코의 거리를 걸으면 수많은 젊은이들이 순식간에 그를 에워쌀 정도로 그의 인기는 사회적 현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인기가 주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했고 비평에 예민했으며 독자 수가 줄어드는 걸 점차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초창기의 예기치 않았던 성공이 독이 되었던 것일까. 말년에 발표한 작품들의 거듭된 실패로 인해 그는 극심한 좌절감에 고통스러워하다가 마흔아홉 살 되던 1984년 수렵용으로 쓰이는 44구경 매그넘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쏴서 자살한다. 창을 열면 태평양이 보이는 숙소에서였다. 기계주의와 물질주의 비판을 통해 삶의 현실논리를 초월한 듯한 통찰과 예지를 보여준 작품과 현실적 삶에서 욕망과 소유의 불일치에 따른 고통에 시달리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작가의 삶. 이 첨예하고 극적인 모순 앞에서 나는 문학이 주는 영예가 사실은 저주와 한 몸이라는 것을 겨우 깨닫는다. 문학을 세상의 풍속에서 분리시키지 못하는 한에는 영영 그럴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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