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 정착 이탈리아 요리사
매달 직업재활시설 찾아 파스타 제공
제철 식재료로 매번 다른 메뉴 개발
"이색 요리 접한 장애우들 호응 뿌듯"
“한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장애우들에게 색다른 식사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장애우들에게 매달 파스타를 요리해주는 이탈리아인 셰프가 있다. 서울 성동구 응봉동에서 요리교실 겸 레스토랑 ‘사포리도로’(‘최상의 맛’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를 운영하는 레오나르도 베스파(43ㆍLeonardo Vespa)씨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소규모로 운영하는 요리교실이 적자를 보는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머나먼 타국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베스파 셰프의 재능기부는 매월 둘째 주 금요일 성동구 금호동에 위치한 성모보호작업장에서 진행된다. 이곳은 지적 장애우들이 종이 쇼핑백, 비누 만들기 등을 만드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다. 평소 장애우들은 자체 식당에서 한식 중심의 식단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한 번에 그가 만드는 식사는 총 40인분. 베스파 셰프는 한국인 아내 윤용자(51)씨와 성모보호작업장에서 봉사하고 있는 이들 두어 명의 도움을 받아 2시간 안에 파스타와 곁들이는 음식을 뚝딱 만들어낸다. 재료비는 성동구청에서 지급되는 성모보호작업장 운영지원 예산(월 15만원)으로 충당한다.
한 끼 식사로 나오는 것은 완두콩 베이컨 국물 파스타와 발사믹 식초ㆍ바질 드레싱이 뿌려진 채소꼬치 등이다. 기본적으로 제철 식재료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파스타의 종류와 사이드 메뉴는 매달 바뀐다. “올해 6월 선보인 채소꼬치는 알록달록 예뻐서 호응이 더 뜨거웠어요. 시각적으로 이들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효과도 있고, 잘 접해보지 못한 맛을 대접하는 것이어서 뿌듯합니다.”
베스파 셰프가 이 곳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월. 성모보호작업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요리교실 수강생 부모의 권유를 선뜻 받아들인 것. 성모보호작업장에서 매주 금요일은 분식(粉食)을 먹는 날인데, 파스타만큼은 가장 맛있게 선보일 수 있다는 생각도 작용했다. 윤문자 성모보호작업장 원장은 “올 때마다 새로운 이탈리안 요리를 선보이니 이곳 장애인들이 베스파 셰프를 많이 기다린다”며 “낯선 땅에서 나눔을 실천해주셔서 고마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손꼽히는 휴양지 폴리아주에서 태어난 베스파 셰프는 주에서 운영하는 요리 과정을 수료한 뒤 현지 호텔에서 10년 이상 정통 이탈리안 요리를 배웠다. 2002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 유씨와 만나 결혼했고,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고 가다 2009년 한국에 정착했다.
“앞으로는 돈도 많이 벌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웃는 베스파 셰프는 이탈리아어로 긍정의 말을 남겼다. “스페로 께 안드라 뚜또베네(Spero Che Andra Tutto Beneㆍ다 잘 될 거예요).”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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