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은 집값 하락을 막아보자는 것이다. 2008년을 고비로 ‘부동산 불패 신화’가 꺾이고, 불황과 수요변화가 겹치면서 출범 전부터 집값 하락세가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0~2007년만 해도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연평균 6.6% 증가,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3.1%를 훨씬 웃돌았다. 그게 2008~2013년엔 소비자물가 상승률 3%에 주택매매가는 2% 상승하는 걸로 역전됐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이미 2008년부터 집값의 실질적 하락세가 시작된 셈이다.
▦ 우리 경제에서 집값은 유가, 환율 못지 않게 거시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통계청의 최근 가계금융ㆍ복지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67.8%에 달했다. 전체 실물자산 비중을 쳐봐야 각각 40.9%, 31.5%에 불과한 일본이나 미국에 비하면, 집 한 채가 그대로 전 재산인 셈이다. 그러니 집값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가뜩이나 가라앉은 소비부터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더욱 치명적인 건 1,000조원을 훌쩍 넘긴 가계부채 위험이 주택담보대출 부실화 경로를 타고 급팽창할 가능성이다.
▦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한 정부의 시책은 그 동안 주택구입 수요를 늘리는데 맞춰졌다. 저리의 주택구입자금을 풍부하게 공급하는 것 외에, 주택보유 동기를 높이는 것도 핵심 정책 중의 하나였다. 과거엔 빚을 내서라도 일단 집을 사두면 이자보다 훨씬 큰 폭으로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너도 나도 집을 사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젠 집값 상승 기대감이 약화했기 때문에 그런 기대감을 대체할 다른 유인책이 필요하다.
▦ 방법은 전월세 사는 것보다 대출을 얻어 집을 사는 비용이 훨씬 싸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부가 월세 전환을 촉진함으로써 전월세값이 계속 올라 집을 사는 게 나을 수도 있는 상황까지 왔다. 과거에 30평대 아파트 전세는 3억원이면 가능했기 때문에 은행 이자 기준 연간 비용은 1,000만원 남짓에 불과했다. 그러나 요즘 동급 아파트 월세를 들려면 1억원에 월 150만원이 보통이니, 이자에 12개월 월세 합쳐 연간 2,0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요즘 ‘전세 지옥’이란 말이 심심찮게 나도는데, 그나마 부동산경기가 결국 630만 전월세 가구의 희생에 의해 뒷받침 되는 상황 때문 아닌가 싶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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