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예술극장’이 명동의 랜드마크로 재탄생했다.‘명동 옛 국립극장’은 일제 강점기인 1934년에 영화관으로 건축되어 상당기간 명동의 상징적인 건물이었다. 그러나 70여 년이 지나다 보니 발전된 주위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몰골로 전락했고, 영화관에서 일반 상업용 건물로 변모되고 말았다.
옛날의 명성에 걸맞은 건축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손질이 필요했다. 오래된 건축물이어서 재건축과정에서 붕괴가능성도 높았고 보존해야 할 부분과 버려야 할 부분을 선별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상업용 건물로 사용되던 것을 공연장으로 복원하는 것이어서 고도의‘기술력과 감각’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국립중앙도서관내에 들어선 디지털도서관 건축과정도 난제가 많았다. 디지털도서관은 소위 디블러리, 즉 디지털(Digital)과 라이브러리(Library)의 합성어인데, 쉽게 말해 책 없는 도서관이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해보는 사업이어서 외국의 사례연구를 많이 해야 했다. 들여오는 장비와 비품도 주문 제작이나 수입품에 의존 할 수밖에 없었고, 건축물이 대부분 지하 구조물이어서 시공도 만만치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부지선정을 놓고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사업계획이 중간이 바뀌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립디지털 도서관은 성공리에 준공되었고 주민들이 사랑하는 휴식과 지식습득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명동예술극장 재건축과 첨단형 국립디지털도서관 건축은 모두 관련 부처의 숙원 사업이었지만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관련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수년에 한 번씩 발생하는 사업을 위해 그러한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막상 일이 닥치면 공사 발주부터가 걱정이다. 예비타당성조사, 기본계획수립 등의 절차를 거쳐 공사 수행방식을 결정하고 발주 이후의 설계 및 시공과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별 전문인력의 경험과 역량이 필수적이다.
조달청은 설계 및 계약대행을 많이 하다 보니 개별부처가 가지기 힘든 베테랑 전문가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조달청이 정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건축물 등에 대한 사업 관리를 대행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위의 두 사업도 조달청의 시설공사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마무리된 것이다.
조달청은 1978년부터 공사감리업무를 시작으로 기획ㆍ설계관리, 일괄대행, 시공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실적도 도입 첫해 19건, 12억원 규모였으나 지난해에는 60건에 2조 7,000억원으로 2,000배 이상 늘었다. 초기 설계가 잘 되어야 비용이 많이 절감되는 점에 착안하여, 지난해 말부터 총사업비 200억원 이상의 정부 건축사업에 대해 조달청이 의무적으로 설계적정성 검토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맞춤형 서비스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충분한 인력과 전문지식이 수반되어야 하나 인력부족 등으로 부실한 서비스가 발행하기도 했다. 최근에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3차원 설계기법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적용을 확대해가고 있다.
공공건축물은 50년 이상 장기간 사용해야 하고 예술성과 상징성을 구비할 경우 영구적 보존가치를 가지게 된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프랑스의 에펠탑이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고, 최근에는 런던시 청사가 에너지절약형이면서 품격 있는‘명물’로 세계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조달청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상징적 공공건축물을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상규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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