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필자는 독일 뮌헨 아래 작은 마을에 있는 슈파이어 국립행정대학원에서 방문학자로 지낸 적이 있다. 짬을 내서 베를린, 뮌헨, 하이델베르크 등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가장 놀란 것은 독일 전역에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하게 얽혀있는 철도망이었다. 어디를 가든 철도로 이동이 가능했고 먼 거리는 고속철도인 이체(ICE)를 탔다. 이체는 산간 지역에서는 천천히 가다가도 평지에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달리는 자연친화적 철도로 유명하다.
우리나라는 일제시대 때 만들어진 철도산업이 더 발전하지 못했다. 대신, 버스 화물 트럭 등이 이용하는 고속도로 건설에 치중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남북분단과 함께 단절된 남북철도 연결에 합의했고 시베리아를 거쳐 러시아, 구라파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철도부설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 남북관계가 냉각되어 좌절됐다가 박근혜 정부 때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정책과 함께 유럽까지 잇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구상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철도는 여러 번 부침과 조직변천으로 흔들렸다.
무엇보다 철도는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경제 메카니즘과 개방이라는 큰 틀에서 짜여야 한다. 철도산업은 공공재의 성격을 띄고 있다. 때문에 그 자체로 수익을 목적으로 할 수 없다. 산업 파급 효과도 매우 크다. 그러나 이러한 공공성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적자의 규모가 매우 큰 기차역을 폐쇄하지 않는 것은 국가 재정낭비이며 더 큰 문제를 초래한다. 최근 철도비리로 사법 처리된 국회의원들이나 철도공단 직원의 부정부패는 국민의 안전을 팽개친 비리다. 적자가 뻔한 기차역을 증설해 비리를 저지른다든지, 철도부품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는 행위, 철도레일 납품업체와의 담합 유착, 내부 정보 유출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철도는 사고와 부패로 오명을 뒤집어 썼다. 툭하면 열차 추돌사고나 고속철도 사고로 국민 불안이 이만저만 아니고 철도 민영화로 인한 철도조직의 분열로 코레일의 공적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통일 대박’이라는 큰 화두에 발맞춰 철도산업을 부흥하기 위해서는 철도가 국가 성장동력이고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가져오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촉진기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특히 남북한 철도 개통은 더욱 그렇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이나 미국이 철도를 통해 국가의 분권화된 연방시스템을 통합했고, 과거 청일전쟁이나 러일전쟁도 세력 확장을 위한 열강들의 철도부설권과 관련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독일은 모든 제조업을 철도를 통해 유기적으로 유통하고 있으며 불란서, 이태리도 국가경제를 위해 철도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영국도 철도 등 공기업의 민영화를 철회하고 국가기간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국민의 불신과 방만경영으로 인한 적자, 부정 부패를 해소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먼저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으로 이원화된 두 조직을 통합해야 한다. 현재 코레일은 철도영업을, 철도공단은 레일과 시설 토목공사를 맡고 있는데 조직이원화로 인해 경영적자가 매우 심각하다. 조직, 인사, 기술 등을 통합하여 조직을 슬림화하고 혁신해야 한다. 두 조직을 분리해 부패의 사각지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철도청을 부활해야 한다. 철도관련 일을 하는 인력만 수만 명이 되는데 이를 직접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주관청이나 부서가 없어서는 안 된다. 현재 국토부의 ‘철도담당’만으로는 거대 공룡화된 코레일이나 공단을 감독하기 어렵다. 세 번째는 철도비리를 단절하기 위해 철도 공사 발주부터 감리, 궤도자재 검증까지 투명한 입찰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시민안전과 직결된 철도공사를 내부공단직원이나 업체가 유착 담합하여 부패를 조장하는 현 시스템으로는 청렴하기가 어렵고 국민안전을 해친다. 철도를 감사하는 감사원 감사관도 비리를 저지를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병폐를 단죄하지 않으면 통일이 대박이라는 말은 희화화될 수밖에 없다.
김택 중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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