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 힘 받은 '종교는 악' 주장...윤동철 성결대 교수 신간서 정면비판

“종교를 악으로 규정한 도킨스의 무신론이야말로 만들어진 신이다.”
한국 신학자가 저명 진화생물학자이자 무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73)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의 주장을 반박하는 책을 냈다.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초대 공동회장을 지낸 윤동철(57) 성결대 교수다. 윤 교수는 ‘새로운 무신론자들과의 대화’(새물결플러스)에서 9·11 테러 이후 힘을 받은 새로운 무신론자들의 주장을 비판한다. 새로운 무신론자들이란 21세기 들어 대두한 과학으로 무장한 무신론자들을 가리킨다. ‘만들어진 신’의 도킨스, ‘종교의 종말’의 샘 해리스, ‘주문을 깨다’의 대니얼 데닛, ‘신은 위대하지 않다’의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4인방으로 꼽힌다. 필두에 선 도킨스를 향해 윤 교수는 “종교 현상을 비판하는 과학적 무신론자들의 주장을 짜깁기 해 종교를 악으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선동가”라고 도발한다.
무신론이 주목받은 계기는 9ㆍ11 테러다.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에서 이 사건을 예로 들어 “종교 간 갈등이 모든 사회악의 근원이자 전쟁의 원인”이라며 “종교가 없으면 악도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그러나 “도킨스가 문제삼는 것은 종교의 본질이 아니라 타락한 인간 본성이 드러나는 종교적 현상”이라고 못 박는다. 문제는 종교 자체가 아니라 종교를 이용하는 인간에 있다는 뜻이다. 윤 교수는 “9ㆍ11테러의 배경은 종교를 도구로 한 강대국들의 권력 다툼”이라며 “강대국의 무력에 의해 땅을 빼앗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역사적 아픔이 있었고, 도킨스의 조국 영국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은 망상”이라는 도킨스의 주장은 어떨까. 윤 교수는 “도킨스가 근거도 없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에 함몰됐다”고 반박한다. 윤 교수는 “신학자들이 불가지론을 말하는 이유는 신이 인식 가능한 객체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신은 과학적 합리주의로 밝힐 수 있는 인식 가능한 객체가 아니라 인식의 주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무신론자로 살다 노년에야 유신론자로 돌아선 영국의 철학자 앤서니 플루의 고백을 근거로 든다. 플루는 ‘존재하는 신’에서 “생명을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믿을 수 없이 복잡한 DNA 배열을 최초로 설계하려면 어떤 지성의 개입을 전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교수가 디킨스에 공개적인 반기를 든 이유는 ‘전투’가 아닌 ‘대화’를 위해서다. 그는 “과학은 더 깊고 복합적인 세계와 가치를 다루기 위해, 종교는 실존적이고 물리적인 존재의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서로 대화해야 한다”며 “각자의 지평을 공유하고 소통할 때 과학과 종교는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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