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축구 강국으로 도약할 희망이 없었다면 대표팀 감독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이 한국 축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유다. 그는 8일 입국하자마자 고양 엠블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곧장 고향종합운동장으로 향해 한국 감독으로서의 공식 행보를 이어갔다.
벤치가 아닌 관중석 1층 중앙에서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지켜 본 슈틸리케 감독은 비록 대표팀이 0-1로 패했지만 “우루과이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이런 결과는 잘했다고 본다”며 “이제 할 수 있는 건 어떤 약을 처방하느냐는 것인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표팀은 젊고 미래가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11일까지 국내에 머물며 대한축구협회와 계약 세부 사항 등을 논의하고, 재임 기간 가족과 지낼 숙소를 알아볼 예정이다. 그리고 스페인 마드리드 집에서 짐을 정리하는 대로 한국에 다시 돌아와 선수 파악에 집중할 계획이다. 슈틸리케호는 다음달 10일과 14일 예정된 A매치부터 본격적으로 출범한다. 평가전 상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파라과이, 코스타리카가 거론되고 있다.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은 그라운드 밖에서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부터 짚었다. 그는 “닫힌 문이 있으면 그 집에 들어갈 수 없다”며 “한국에 어떤 전통, 문화, 정신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 것이 향후 몇 개월간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계약한 지 며칠이 안 돼 선수들을 잘 파악할 수는 없었다”면서 “이제부터 선수들을 잘 관찰하고 분석하겠다”고 덧붙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 파악에 우선 순위를 둔 곳은 K리그다. 그는 “K리그와 13세 이하 선수 등을 확인하는 것에 주력할 것”이라며 “독일, 영국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비교적 파악하기가 쉽다. 때문에 국내에서 좋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비교하겠다”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코칭스태프 구성을 조만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오기 전까지 앞선 두 차례의 평가전(베네수엘라ㆍ우루과이)은 신태용(44) 수석 코치가 임시 감독을 맡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다른 감독은 4∼5명의 스태프를 데리고 오지만 나는 대한축구협회와 대화할 때 2∼3명만 요청했다”면서 “선수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영혼을 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코치들은 선수들의 습관, 문화를 잘 파악하고 있어서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코치 역시 “이제 감독님이 오셨으니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손과 발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만의 축구 색깔을 내세우기보다 지도자로서의 진정성에 방점을 찍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외국인이 새로 오면 편견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나쁜 예로 어떤 지도자는 돈이나 다른 명예 때문에 다른 나라에 갈 때도 있다”며 “모든 경기를 이기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열심히 일하고 경험을 토대로 좋은 결과를 가져다 드리도록 노력할 것은 약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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