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봉황’은 누구 품에 안길까. 추석 연휴 잠시 숨을 고른 제42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11일부터 준준결승 일정에 돌입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62개 팀 중 살아남은 8개 팀은 올해 마지막 전국대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각오를 다잡고 있다. 11일엔 충암고-유신고전을 시작으로 북일고-경주고, 마산용마고-안산공고, 부경고-휘문고가 잇달아 맞붙는다.
충암고 vs 유신고 11일 오후 3시
올라갈 팀이 올라갔다. 유력한 4강 후보, 나아가 우승까지 노릴 전력들이다. 충암고는 지난 7월 청룡기에서 창단 후 처음으로 이 대회 결승까지 진출했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덕수고에 패했지만 선수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 중견수 김해현(3년), 투수 중에는 홍정우(3년)와 조한욱(3년)이 핵심 전력이다. 특히 청룡기 최다안타상 출신의 김해현은 득점권에서 한 방씩 쳐 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2회전 광주일고와 경기에서도 4-5로 뒤지던 연장 10회말 1사 1ㆍ2루에서 끝내기 우월 2루타를 폭발했다.
이에 맞선 유신고는 올 시즌 전국대회 결승 경험이 없다. 그러나 황금사자기, 청룡기에서 연거푸 4강에 드는 저력을 보였다. 충암고가 3학년 중심이라면, 유신고는 저학년들의 활약에 주목해야 한다. 5할4푼5리(11타수 6안타)의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인 1번 홍현빈(1년), 장충고전에서 8이닝 7안타 4실점으로 호투한 최이경(2년) 등이 팀을 이끈다. 이성열 유신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기동력이 뛰어난 대신 전체적으로 파워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면서도 “유신고는 전통적으로 봉황대기에 강했다. 응집력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북일고 vs 경주고 11일 오후 6시
경주고는 이번 대회 이슈 메이커다. 3학년은 한 명도 없는 데다 야구부원은 고작 14명이지만 8강에 드는 기적을 연출했다. 공주고, 포철고를 연거푸 제압한 경주고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스토리를 써내려 가는 중이다. 그런데 8강전 상대가 하필 북일고다. 늘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봉황대기 최다 우승 팀(5회). 특별한 약점도 찾기 힘들다.
북일고는 16강에서 두 명의 에이스를 보유한 청주고에 극적인 역전승(3-2)을 거뒀다. 주권(KT), 박세웅(KTㆍ이상 3년) 등 당장 내년 시즌부터 1군에서 활약할 투수들을 두들겨 8강행 티켓을 따냈다.
전력만 놓고 보면 북일고의 압도적 우위가 예상되지만 경주고는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어 8강까지 진출했기 때문에 부담 없이 대회 최대 이변에 도전할 수 있다. 반면 올 전국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북일고는 반드시 이번 대회에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흥미진진한 싸움이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