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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가면 뭘해" 세월호 유족, 추석 연휴 '팽목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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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가면 뭘해" 세월호 유족, 추석 연휴 '팽목항으로'

입력
2014.09.0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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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면 뭘해 눈물만 나지"…차례 대신 기림상·헌화

합동분향소 날이 갈수록 썰렁…유족 "잊힐까 두렵다"

추석을 며칠 앞둔 지난 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명절분위기를 찾아볼수 없고 쓸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진도현지에 머무는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은 "가족을 찾지 못했는데 무슨 명절이냐"며 차례상을 차리자는 정부관계자의 제안을 사양했다. 연합뉴스
추석을 며칠 앞둔 지난 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명절분위기를 찾아볼수 없고 쓸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진도현지에 머무는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은 "가족을 찾지 못했는데 무슨 명절이냐"며 차례상을 차리자는 정부관계자의 제안을 사양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경기도미술관에 마련된 '세월호사고 가족대책위' 사무실.

47인치 TV 4대가 나란히 걸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예순네개로 나뉜 화면에는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웃고 떠들며 배 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세월호가 가라앉기 전날인 4월 15일 배에 설치된 예순네개 CCTV에 담긴 아들·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던 유족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직도 믿기 힘든 참사가 일어난 지 142일째. 누군가는 '세월호 피로감'을 말하지만 유족들의 자식 잃은 상처는 그대로였다.

◇ '슬픔 커질까' 귀향 포기…차례 없이 합동분향소서 기림상, 헌화

유족들은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자식의 빈자리가 도드라질 수밖에 없는 추석 명절을 맞아 대부분 귀향을 포기했다. 귀향길에 오르더라도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돌아오기로 했다.

아들을 잃은 정성욱(45)씨는 안산에서 왕복 여섯시간이 넘게 걸리는 전북 전주를 추석 당일치기로 다녀올 생각이다.

정씨는 "장남이라서 차례에 빠질 수는 없고 그렇다고 고향에 오래 있자니 아들 생각만 더 날 것 같아서 새벽에 갔다가 차례만 지내고 올라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병권 가족대책위원장은 "친척들을 보면 눈물 날 것 같아 (고향에) 안 간다"며 "다른 유족 분위기도 비슷해 추석날 합동분향소에 모여 아이들이 좋아하던 과자 같은 걸로 간단히 기림상을 차리고 헌화한 뒤 추모공원을 둘러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귀향길에 나서지 않기로 한 유족들이 합동 차례가 아닌 헌화를 결정한 이유는 아직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열 명의 가족에게 자신들이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병권 위원장은 "우리끼리 모여 합동 차례를 지내는 것은 아직도 애타게 가족을 기다리는 분들께 예의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인천의 일반인 유족 대책위 역시 같은 이유로 연휴기간 합동 차례를 비롯한 어떠한 단체 행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 유족·실종자 가족, 팽목항서 추석나기

나아가 유족들은 실종자 가족이 머무는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기로 했다.

가족대책위 집행부와 진도 지원 분과 소속 가족을 중심으로 뜻을 함께 하는 유족들이 추석 당일 아들·딸이 잠든 안산 하늘공원, 평택 서호공원, 화성 효원공원 등 추모공원을 다녀온 뒤 안산시에서 준비한 진도행 버스 3대에 오른다.

유족들은 범정부사고대책본부 회의에 참석, 실종자 가족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수색작업용 바지선에 올라 함께 수색작업을 지켜보는 등 2∼3일 간 실종자 가족 곁을 지킬 계획이다.

진도 지원 분과 김종성(44)씨는 "아들의 짝꿍이 아직 바다에 있는데 나오면 같이 지내려고 삼우제도 미뤘다"며 "함께 있어 주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이지만 실종자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온통 특별법 얘기만 나오는데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실종자를 찾는 일"이라며 "마지막 한 명을 찾을 때까지 세월호 참사는 끝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반인 유족 대책위도 준비한 명절 음식을 싸들고 추석 전 진도로 향한다.

◇ '텅 빈' 합동분향소…"잊혀질까 두려울뿐"

이날 경기도미술관에서 100여m 떨어진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에 마련된 정부합동분향소 옆 유족 대기실용 천막 여덟 동에는 유족 네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가족대책위 사무실을 드나들며 CCTV를 보던 유족도 채 열명을 넘지 않았다.

유족 대기실에서 만난 정이삭 군 아버지는 "국회와 광화문, 청운동에 간 유족에, 전국을 돌며 특별법 제정 서명을 받는 사람도 있어 분향소에는 최소 인원만 남았다"며 "자식이 여기 있는데 밖으로 다녀야 하는 심정이 어떻겠느냐"고 되물었다.

천막 사이로 보이는 합동분향소 앞에는 짝을 지어 순찰하는 경찰관들만 돌아다닐뿐 조문객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합동분향소를 다녀간 조문객은 239명. 평일 2천여 명, 주말 1만여 명이 다녀간 5월에 비하면 많이 줄어들었다.

자원봉사자 역시 5월 4천845명, 6월 1천242명, 7월 934명으로 크게 줄었다.

정군 아버지는 "분향소를 찾는 발길이 줄어든 건 당연한 일이지만 세월호에 대한 관심마저 끊어지면 왜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왔는지 진상 규명이 어려울뿐더러 실종자 수색도 힘이 빠져 세월호가 잊혀지는 게 가장 두려울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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