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도언의 길 위의이야기] 이기려고 작정한 사람들

입력
2014.09.05 11:31
0 0

이기려고 작정한 사람들

내가 가장 불편해하는 부류의 사람은 남을 이기려고 작정한 사람이다. 나에겐 그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들은 대체로 집요하고 사납고 이기적인데 역설적이게도 매우 의존적이기도 하다. 그들이 의존적이라는 말은 역설이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본질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데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고 믿기 때문에, 대립항이 갖춰지지 않은 보편적 상황에서 독자적인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불구성을 의존적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가장 불편해하고 두려워하는 사람은 권력을 가진 이도 아니고 지위가 높은 이도 아니고, 남을 이기려고 작심한, 혹은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작심한 사람이다. 권력이나 지위를 가진 부류는 세속적으로 타락할 수밖에 없는, 다시 말해 도덕적으로 궤멸할 수밖에 없는 자기모순을 안고 그것의 생리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 사람들(물론 예외는 있겠지만)이기 때문에 불편해하거나 두려워해야 할 까닭이 없다. 그들은 그냥 대놓고 경계하거나 감시하고 거리를 두면 된다. 하지만 상대를 이기려고 작심한 이들은, 대체로 그런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지 않고 은폐하면서(마치 누우나 가젤을 잡으려고 접근하는 사자처럼) 그렇지 않은 자의 표정을 짓는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용의주도하게 상대를 피습하고 암살한다. 눈을 똑바로 뜨지 않으면 우리 곁에 숨어 있는 그 표정에 속을 수밖에 없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