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신정아·함익병·이승연...
자숙 없이 종편 통해 슬그머니 돌아와
법적 책임 없어도 도덕적 책임 져야




“아나운서는 모든 것을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
2010년 국회의원이었던 강용석은 대학생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나운서 비하 발언을 해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4년, 강용석은 방송인으로 변신해 활동 중이다. 그에게는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알게 된 정치인 뒷얘기라는 특화된 무기와 남다른 입담이 있다. 게다가 그는 JTBC ‘썰전’ 같은 프로그램에서 ‘독설가’ 김구라의 공격을 받음으로써 ‘당하는 이미지’도 얻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강용석은 지상파 바깥에서 뜨거운 방송인이 됐다. 그는 현재 ‘썰전’,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 TV조선 ‘강적들’ 등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게 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 달 갑자기 검찰이 이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검찰이 당시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에 대해 무고, 모욕 등의 혐의로 그에게 2년 형을 구형한 것이다. 강용석은 지난달 29일 파기환송심에서 결국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아나운서 비하 발언에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그것은 집단모욕죄라는 죄목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 자리에 있던 특정 개인이 그를 고소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여성 아나운서 일반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개별 구성원들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돼 피해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까지는 이르지 않으므로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적으로는 죄가 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죄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관심은 그의 방송활동으로 옮겨갔다.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그가 출연하는 방송의 제작진들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논란이 한창인 상황에서도 방송에는 그가 버젓이 출연했다. 방송사들이 그간 물의를 일으킨 인사들에게 적용해왔던 관행들로 보았을 때 형평성 있는 처사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종편이나 케이블이 물의를 일으킨 인물들의 면죄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JTBC는 강용석뿐 아니라, 여성비하 발언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적이 있던 함익병을 ‘한국인의 뜨거운 네모’에 출연시켰다. 함익병은 이후 TV조선에서 ‘강적들’ ‘건강한 여행 휴’ 등에 출연했다. MBN은 학력위조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아를 ‘아궁이’에 출연시켰고 프로포폴 상습 투약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이승연을 ‘신세계2’의 진행자로 기용했다. 자숙 기간이 필요한 인물들이 방송을 통해 자기변호의 기회를 얻고 또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방송의 사회적 영향으로 볼 때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방송인이라면 법보다 무서운 것이 대중의 정서다. 대중이 외면하면 방송인은 존재 의미가 없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충분한 반성의 시간을 거치지 않고 방송에 나오는 것은 당사자에게도 득보다 실이 많다. 방송인으로서 더 오래 사랑받고 싶다면 덮으려고만 할 게 아니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문제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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