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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인 사수는 빈말… 경주시, 25층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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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인 사수는 빈말… 경주시, 25층 허가

입력
2014.09.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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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황택지개발지구에 25층 전격 허가… 500여 가구 추가 건축 가능

市 "민원해소 차원… 개정 조례 따른 것으로 법적 하자 없어" 강변

이전 예정 한수원 본사 직원용 사택 500여가구 확보차원 해석

경북 경주시가 사상 처음으로 25층 고층아파트 건설을 승인해 논란이다. 한수원 본사 직원들의 사택 확보용이라는 말이 나도는 가운데 탁 트인 역사문화유적도시인 천년고도(千年古都) 경주의 스카이라인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경주시는 최근 용황택지개발지구(용강동, 황성동, 천북면 신당리 일원) 공동택지지구 중 1개 블록 6만7,000여㎡에 대해 지주조합 측이 요구한 층고 제한을 15층에서 25층으로 대폭 완화했다.

시는 건축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어 부지 전면1개 차선 확보, 단지 내 운동시설 위치변경, 바람길 등을 고려한 건물배치 등 일부 조건을 내걸긴 했지만 이번 지구단위계획 변경으로 경주지역에는 고층아파트 건설이 붐을 이룰 전망이다. 해당 지역은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법률상으로는 층수 제한은 없으며, 경주시 조례상 용적률은 250%이다.

이에 따라 해당 부지에 아파트 건설을 추진중인 협성건설은 15층일 때는 1,050가구밖에 안되지만, 이번 변경으로 566가구가 많은 1,616가구를 지을 수 있어 사업성이 획기적으로 나아졌다. 일반적으로 층수가 낮으면 건축물 사선제한 등의 이유로 실제 용적률은 법적 허용치를 크게 밑돌 수밖에 없다.

20층 이상 아파트는 경북도지방건축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2011년부터 2종 일반주거지역 층수제한이 없어져 심의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경주시의 조치에 대해 지역 사회는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동안 경주시는 천년고도 경주의 스카이라인 보전을 위해 문화재보호구역 밖이더라도 15층, 아무리 높아도 20층 이하로 제한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사업승인이 난 안강읍 산대리 E아파트 190가구와 3월 분양한 황성동 E아파트 713가구에 대해 20층으로 제한했다. 현재 건축 중인 황성동 e편한아파트, 현곡면 신한아파트 등은 모두 18~20층이다.

경주시의 25층 아파트를 허용의 배경에는 한수원 본사 사택 확보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수원이 시내권에 확보하기로 한 사택은 모두 1,000여가구. 사실상 용도 폐기된 진현동 불국사 주차장 부지에 500가구, 황성동에 300가구, 동천동 200가구다. 하지만 불국사 주차장 부지가 복잡한 권리관계와 부지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무산되면서 2016년 말 본사 이전까지 사택을 확보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 된 상태였다.

이 와중에 용황지구는 택지조성이 완료된 곳으로, 경북도 건축심의와 분양승인만 나면 당장 착공이 가능, 2016년까지 입주시한을 맞출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주시가 지주들 민원도 들어주면서 늘어난 500여가구로 사택확보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묘수’를 짜냈다는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나도는 이유다.

경주시 관계자는 “관련법이 개정되고, 이어 조례 개정으로 고층아파트 건설 등의 개발사업을 완화시켰을 뿐”이라며 “경주시민들이 문화재보호를 비롯한 여러 제도적인 문제로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아온 것을 적극 해소하기 위한 지역개발사업일 뿐 다른 계산에 의한 층수 기준 완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주시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011년 관련법 개정에 이어 경주시 조례를 개정한 것은 지난해 3월이기 때문이다. 개정 후 올 봄까지 아파트사업은 20층으로 제한하다가 느닷없이 25층으로 한 데 대한 해명으로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수원 사택 확보 때문에 경주시는 지주조합에 대한 특혜시비와 함께 천년고도 경주의 스카이라인을 무너뜨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용황지구에만도 층수제한이 완화된 곳과 같은 크기의 공동택지가 2개나 더 있다. 다른 지역 지주들도 형평성을 들고 나올 것이 뻔하다.

김윤근(70) 신라문화동호인회 전 회장은 “시민 편의도 중요하지만, 천년고도 경주는 그 어느 도시보다 문화유산을 잘 보전해야 한다”며 “용황지구는 소금강산과 인접한 왕경지구로 볼 수 있어 인접한 산과 유적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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