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국민은행 이사회에 이목, 林 회장 사퇴 땐 '투 톱' 모두 뽑아야
지주사와 은행 수장을 동시에 잃을 수 있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KB금융. 설사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끝까지 버티기에 나선다고 해도 생채기가 날대로 난 상황이어서 당분간 리더 부재 속에 극심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과 김준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에게 경영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이상 이젠 양 이사회에 힘이 쏠리게 됐다. 이사회는 이 행장의 사표 수리와 직무대행을 선임하고, 임 회장의 거취, 주 전산기 교체 문제를 다루게 된다. 아직 임시 이사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추석 연휴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재 의장은 “이사회 개최 일정을 잡진 않았지만 사외이사간 의견을 모아야 할 것”이라며 “KB가 발전할 수 있도록 이사회도 힘을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최대 금융그룹을 비상체제로 장기간 끌고 가기는 벅찰 수밖에 없다. 만약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이어 임 회장도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 KB금융은 양 수장 모두를 새로 선임해야 한다.
문제는 차기 수장의 선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KB금융은 민간회사지만 지금까지 정권 출신이 수장으로 내려오는 대표적 낙하산 자리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도 임 회장과 이 행장이 각각 다른 연줄을 타고 내려오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알력다툼이 극심했던 탓이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 낙하산에 대한 강한 비판 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관피아(관료+마피아) 등의 낙하산 인사를 선임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렇다고 임원진들조차 모두 이번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상황에서 딱히 발탁할 내부 인사를 찾기도 힘들어 보인다. 리더 공백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설령 새 수장들이 선임된다 해도 완전히 망가진 조직을 다시 세우는 것이 그리 쉬운 과제는 아닐 것이 분명하다.
그렇잖아도 갈수록 리딩뱅크로서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KB금융에게는 엄청난 위기일 수밖에 없는 상황. 이미 KB금융의 수익의 80%이상을 차지하는 국민은행의 시장점유율은 점점 하락하는 추세. 예금 점유율(9개 대형은행 기준)은 작년말 20.9%에서 6월 현재 20.5%로 떨어졌고, 올 상반기 실적도 5,462억원에 불과해 국내 은행 중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내달 말 금융위원회 승인을 앞두고 있는 LIG손보 인수가 좌절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내부의 위기감은 훨씬 더 크다. KB금융 계열사 한 임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다투는 수개월 동안 자칫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했다가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가 납작 엎드려 있었다”며 “앞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KB금융은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속한 사태 수습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 한 전직 은행장은 “최고경영자가 자신 때문에 조직이 망가져 가는 걸 그대로 지켜보고 있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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