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행장, 자리 연연 안 한 진의 강조, 일각에선 "제재 타깃은 林 회장"
"금융위, 결정 또다시 번복은 부담, 소송전까지 가도 퇴진 불가피" 전망

“이 시간 부로 사임한다.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
“앞으로 KB의 명예회복을 위해 정확한 진실이 명확히 규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임영록 KB금융 회장)
두 사람의 대응은 정반대였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두 사람에게 중징계를 결정한 직후, 이 행장은 즉각 사임 의사를 밝혔다. 반면 임 회장은 사퇴를 거부하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이번 사태가 단지 두 사람만의 갈등이 아니라 금융당국과의 대립 등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문제였음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이 행장의 신속한 대처를 두고 해석은 엇갈린다. 우선 이 행장의 정의감 발로라는 해석.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이 행장이 “거취를 이사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던 발언이 자진 사퇴를 거부하는 배수진이 아니라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진의였음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행장이 된 첫날부터 책임지고 그만둬야 할 일이 생기면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 전산기 교체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감독 당국의 확인과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들에 대한 검찰 고발까지 모두 마쳤기 때문에 오래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 행장과 금융당국 간에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제재의 타깃으로 삼은 임 회장만 중징계를 내릴 수 없어 이 행장에게 함께 중징계를 내리면서 거취 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조율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공개된 금감원 검사 결과를 보면 실제 이 행장 측이 제기해 온 문제들이 대부분 인정됐다.
이제 관심은 임 회장의 선택에 쏠릴 수밖에 없다. 개별 은행과 달리 지주사 임원의 중징계는 최종 결정을 금감원장이 아닌 금융위원회 의결로 확정한다. 임 회장이 이날 사퇴를 거부하고 나선 것도 금융위의 최종 심판을 받아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주 전산기 교체 관련 부당 압력 행사 및 인사 개입 등에 대한 오해에 대한 진실 규명”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실제 주 전산기 교체 건을 두고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던 금감원과 달리 금융위는 비교적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금융위 내에서는 “사안을 볼 때 수장들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건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고 해도 이미 몇 차례 뒤바뀐 결론을 또 뒤집는 것은 금융위로서도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만약 금융위에서 중징계가 확정되는 경우 임 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 금감원장이 제재심의 결정을 뒤엎었다는 점에서 법적 대응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며 자리를 계속 지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인사는 “임 회장이 소송까지 진행한다고 해도 중징계가 경징계로 바뀌는 변화 정도가 가능할 뿐 물러나는 것은 기정사실화됐다고 봐야 한다”며 “다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저울질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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