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필수가 된 '자원순환사회'

입력
2014.09.04 21:22
0 0

매일 출근하면서 전봇대와 가로등, 육교와 건물외벽에 달린 무수한 현수막을 보게 된다. 외부에서 사용되는 현수막은 바람이 불어도 찢어지지 않도록 튼튼한 천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든다. 기간이 지나거나 용도가 끝난 현수막은 어떻게 처리될까. 한 번 쓰고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얼마 전 부천시 원미구의 주민자치위원회가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만들어 시제품을 출시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동 주민센터에서 실내 행사용으로 사용한 현수막을 제공받아 그림과 캐릭터 등 예쁜 모양을 살려 장바구니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감탄했다. 폐현수막을 태워 폐기하려면 인쇄된 부분에서 유독가스가 발생하는데 장바구니로 만들어 재사용하면 부피도 작고 가벼워 안성맞춤일 것이기 때문이다.

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수십억톤의 폐기물을 배출하고 하루에 약 6만여톤을 땅에 매몰하거나 태워 없앤다. 이 과정에서 매연, 유독가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등 2차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따라서 폐기물을 재사용하면 자원을 얻을 뿐 아니라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자원순환사회’가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을 외면한 성장중심 사회의 부작용과 이에 대한 반성이다. 자원순환사회란 자원이 소비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자원으로 만들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사회다. 폐기물을 단순히 매립, 소각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된 폐기물을 최대한 재활용하고 에너지화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폐기물이 에너지가 된다’는 말은 불가능할 것 같지만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오래 전부터 진행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1980년대에 세계 최초로 폐기물 분리, 선별 기술을 개발해 고형연료인 RDF를 생산해 왔다. RDF는 폐기물 중 가연성 물질을 추출해 고형화 처리한 재생에너지로, 화력발전소 등에서 보조연료로 유용하게 사용된다. 유럽, 일본 등은 이런 고형연료를 비롯해 폐기물에서 얻은 신재생 에너지의 이용률을 2020년까지 두 배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원순환사회촉진법을 제정, 2020년까지 가용폐자원을 전량 에너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도 이런 흐름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매립지’ 하면 단순히 쓰레기를 매립하는 곳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수도권매립지는 매일 200톤 가량의 생활쓰레기를 RDF로 만들고, 음식물 폐기물에서 한 해 1,660대의 버스에 공급 가능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또 세계 최대규모인 50㎿ 매립가스 발전소에선 폐기물 매립 후 발생되는 매립가스로 전력을 생산, 지난 2013년 한 해에만 의왕시(18만 가구)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의 전기를 생산해 398억원 가량을 벌었다. 이쯤 되면 폐기물을 자원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수도권매립지는 매립이 종료된 방대한 부지를 활용한 자원순환에도 앞장서고 있다. 과거 연탄재가 매립됐던 버려진 땅은 녹색 바이오단지로 탈바꿈해 매년 가을이면 수십만의 시민이 찾는 국화꽃내음 가득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특히 10월 펼쳐지는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사용될 수영장과 승마장도 녹색바이오단지 위에 개장해 애물단지로만 여겨지던 매립지 위에 ‘아시안의 축제’가 펼쳐진다. 6,500만 톤의 쓰레기가 매립된 제1매립장 부지는 2013년 ‘드림파크 골프장’으로 개장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공식 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후손에게 아름다운 국토를 물려주려면 쓰레기를 에너지화해야 한다. 이를 실천하려면 우선 폐기물을 종류별로 분리, 배출하는 국민의 노력이 좀 더 필요하다. 그래야 불순물이 섞여 가용 폐기물이 못쓰는 물건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에너지화가 가능한 폐기물의 선별도 쉬워진다. 두 번째론 버려지는 폐기물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모든 폐기물이 에너지가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에너지화가 가능한 폐기물은 한정돼 있다. 막대한 양의 폐기물은 오히려 에너지화 작업을 어렵게 할 뿐이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가 산업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이 함께 노력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환경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다시 필요한 때다.

송재용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