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 1 스마트폰 시대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올 상반기에 4,000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온 국민이 손 안에 스마트 세상을 가지고 다니는 셈이다. 청소년들도 예외가 아니다. 청소년 5명 중 4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적지 않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은 스마트폰 중독, 카카오톡 왕따, SNS를 통한 사생활 침해와 같은 새로운 청소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구시교육청의 초ㆍ중ㆍ고 학교폭력 심의 건수 878건 중 54건이 정보통신망에서 이뤄진 폭력이었다. 246명의 학생이 모바일 메신저 채팅방에 친구를 불러 언어폭력으로 상처를 주거나 왕따를 시키는 등 SNS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로 인한 문제점이 곳곳에서 발생하자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그 대책으로 지난해 서울시 소재 초등학교 1곳, 중학교 9곳, 고등학교 1곳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차단 앱’을 도입했다. ‘스마트폰 차단 앱’이란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개발된 앱으로, 교사가 학생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과 전화, 카카오톡 등 특정 앱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게 주요 기능이다. 그러나 이 ‘스마트폰 차단 앱’이 시범학교에 도입되자마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 조치를 비웃기라도 하듯 스마트폰 설정에서 시간대를 변경하는 등 규제를 피하는 방법이 순식간에 퍼졌다. 차단 앱을 무력화하는 또 다른 어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차단하겠다는 본래의 기능 자체를 상실한 것이다.
결국 지난 7월 서울시교육청은 애물단지였던 스마트폰 차단 앱 사업을 폐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차단앱’ 사태와 같이 학생들에게 단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만 하면 관련 문제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방식으로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 IT강국이라 불리는 우리 사회의 특성상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제대로 된 사용법이나 이에 대한 정보통신 윤리가 사회적으로 정립되기 전에 급속도로 보편화돼 버린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에게 학교와 가정 안팎에서 체계적인 정보윤리교육을 통해 스마트기기의 올바른 사용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은 2012년부터 ‘정보과학’과목을 고교 필수과목으로 지정했으며, 영국은 올해 9월부터 초중고교 모든 학년에서 ICT과목인 ‘컴퓨팅’과목을 개설해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세계적 IT강국이라는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현재 컴퓨터(정보)관련 교과는 중고교 선택과목으로 분류돼 선택률이 매우 낮고, 초등학교 과정에서는 정보윤리에 대해 교육하는 교과 자체가 없다. 실과 시간에 12시간 정도 학습하는 게 전부다.
이를 개선하려면 당장 우리나라도 내년 개정에서부터 정보윤리 관련교과를 정규 교과목으로 개설하고 올바른 스마트기기 사용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가정에서는 처음 스마트기기를 접하는 아이들에게 개인용 스마트폰을 사주기 전에 중독의 위험이 적은 교육용 스마트 학습기로 부모와 함께 사용하며 올바른 사용습관을 지도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영국 정부에서 발간한 인터넷 정책 백서 <디지털브리튼>에서는 인터넷을 도시에 비유한다. 도시에는 아이들에게 유익한 도서관, 박물관도 있지만 위험한 뒷골목도 있듯이 인터넷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한 세상에 던져진 요즘 아이들에게 중독, 유해 콘텐츠와 같은 스마트 세상의 위험 요소를 피해갈 수 있는 제대로 된 지도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차단 앱’과 같은 임시방편이 아닌 체계적인 정보윤리 교육과정을 갖추는 것이 첫걸음이다.
최재호 뇌새김 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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