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최수현 금감원장, 장고 끝에 전격 초강수… 靑과 교감설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최수현 금감원장, 장고 끝에 전격 초강수… 靑과 교감설도

입력
2014.09.04 20:00
0 0

崔 "범죄 준하는 내부 통제상 문제 금융계 전체 신뢰 추락 우려 상황"

경징계 반발한 조직 내부 단속 효과… 외부 입김 센 제재심의위 견제 포석도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KB금융의 양대 수장의 제재 결정을 앞두고 보름 동안 이어진 장고 끝에 4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내린 결단은 ‘둘 다 중징계’였다. 역대 원장들이 예외 없이 존중해온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의 판단을 뒤엎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충격적이다. 사태의 파장을 고려하면 최 원장 혼자의 독단적인 결정은 아니었을 거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윗선과의 교감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최 원장은 이날 “주 전산기 기종 변경 과정에서 이사회 안건 왜곡, 허위보고 등 범죄행위에 준하는 심각한 내부통제상 문제가 표출됐다”며 “KB금융 자체의 수습 노력도 미흡해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금융권 전체의 신뢰 추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제재 사유를 설명했다. 제재심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기엔 상황이 너무나 심각했다는 것.

하지만 이런 최 원장의 결정 이면엔 갖가지 셈법과 역학관계가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재심 이후 보름 간의 최 원장 행보는 경징계 결정을 뒤집기 위한 여론전의 성격이 짙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동시에 연루된 주전산기 제재 건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 아래,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국민주택채권 횡령 건을 중간 발표하며 KB금융 내부통제 부실 문제를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템플스테이 소동, 검찰 고발 건 등으로 심화한 두 사람의 불화는 최 원장에게 힘이 된 셈이다.

이런 여론전 끝에 최 원장이 결정 번복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구겨진 체면을 회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과 원칙에 따른 처분”을 강조하며 두 사람의 중징계를 공언해온 터라 영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는 것. 특히 지난달 21일 제재심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경징계 결정을 내리자 은행 담당 검사국에서 격한 반발이 일어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조직의 핵심인 검사부서의 동요를 심각하게 여긴 최 원장이 제재심 결정을 물리치는 부담을 무릅쓰고 검사국의 중징계 원안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달 31일 금감원 간부를 소집한 자리에서 의견 수렴을 한 결과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징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최 원장과 청와대의 교감설도 돌고 있다. 아무리 최 원장의 의지가 강력하다고 해도 이렇게 큰 파장이 예상되는 사안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기는 힘들었을 거란 얘기다. 최 원장의 초반 의욕과 달리 제재심이 두 달 가량 이어진 것이 그 사이에 청와대 경제수석실 인사가 단행돼 금감원으로 오던 ‘시그널’이 끊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들이 나돌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힘을 실어줬을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최 부총리는 최 원장이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무렵, 금융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제재심 견제를 위한 중징계 결정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에도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을 관리 책임을 물어 중징계하려다가 무산되는 등 제재심이 주요 사안에서 번번이 제재 경감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금감원 내부 불만이 커졌다는 것. 여기에 특정기관 출신들이 대거 외부위원을 맡으면서 특히 이번 제제심 과정에서 위원들을 상대로 한 구명로비가 극심했다는 의심도 번졌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