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보다 저렴한 전기요금 적용, 차에 저장된 전력 재판매도 가능
공공기관 구입 의무화 등 전기차 보급 진흥책 쏟아져
내년부터 전기자동차를 집에서 저렴하게 충전할 수 있는 ‘전기차 맞춤형 요금제’가 도입된다. 아파트 거주자가 전기차를 충전하기 위해 이 요금제를 신청하면 전력당국은 전용선을 설치해주고 충전되는 전력을 따로 계량해 가정용과 별도의 요금고지서를 발송하는 식이다. 지금도 집에서 충전할 순 있지만 일반 가정용 누적 요금제가 적용돼 많이 쓸수록 돈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크게 올라간다. 반면 맞춤형 요금제가 도입되면 전기 사용량이 적은 밤에 충전했다가 낮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요금을 낮출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열린 ‘에너지신산업 대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전기차 보급 확산 방안들을 내놓고 국내외 전문가, 기업인, 학생, 정부 관계자 270여명과 함께 활성화 방향을 논의했다. ▦SM3 ZE(르노삼성) ▦i3(BMW) ▦레이, 쏘울EV(기아) ▦스파크EV(한국GM) 등 이미 전기차가 여럿 출시됐지만, 기대만큼 보급이 확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시도다. 스파크EV의 경우 올 들어 863대 수출됐지만, 정작 국내 판매는 32대에 그쳤다.
전기차 보급이 더딘 주요 이유로 높은 가격과 충전시설 부족이 꼽힌다. 그래서 정부는 전기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대당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400만원 가량의 세금(개별소비세, 취득세)을 감면해주고 있다. 내년부터는 추가로 전기차 맞춤형 요금제를 신설하고, 관련 규정을 개선해 전기차에 저장된 전력을 한전을 통해 재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소비자가 전기차를 일종의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활용해 소득을 올릴 수도 있게 된다는 얘기다.
지난해까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은 약 1,900개. 1만3,000여 곳인 주유소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충전시설이 전기차 보급에 필수인 기본 인프라임에도 불구하고 비용 문제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업체들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전력은 민간기업과 함께 전기차 충전서비스를 위한 특수목적회사(SPC)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SPC가 나서서 곳곳에 직영 충전소를 만들거나 충전소 운영권을 거래하고, 충전소 위치와 가격정보 등을 제공함으로써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SPC에 참여할 민간사업자를 모으는 중”이라며 “내년 1분기 안에 설립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또 충전사업자에게 주차장이나 충전기 설치용 부지를 지원하고, 전기택시와 전기차 렌탈업체 등이 공공기관 충전소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기버스ㆍ택시에게 배터리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주도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공공기관의 전기차 구입도 내년부터는 의무화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체 관용차의 약 25%를 전기차로 구매하도록 관련 규정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쏟아져 나올 전기차 확산 유도책에 대해 자동차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거란 예상이다. 전기차 국내 출시 시점을 저울질 중인 수입차 업계도 반기는 기색이다.
그러나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전기차 충전소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을지 모르지만 아직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데, 민간에게 더 투자하라고 등 떠미는 모양새여서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충전 인프라가 공공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당분간 지원과 투자를 적극 지속해야 한다”며 “전기차 선진국의 경우 충전사업에 먼저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민간업체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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