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방송사들이 분주해졌다. 다양한 추석 맞이 프로그램을 예고하며 안방극장 관객 모으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예고된 예능 프로그램들을 뜯어보면 허전한 구석이 있다. 궁금증을 불러오는 이색적인 아이템보다는 기존에 선보였던 프로그램을 리메이크한 게 많다. 새로운 포맷이라는 프로그램도 언젠가 한 번 본 것 같은 익숙함이 있다.
KBS 2TV는 2001~2005년 인기를 모았던 '해피투게더 시즌 1-쟁반노래방'을 재현한다. 이번엔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서바이벌 형식을 차용, 더 풍성한 게스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MC는 과거 '쟁반노래방'의 원조MC 신동엽이 나선다.
MBC는 오는 9일 '일밤-나는 가수다'를 추석 특집으로 꾸민다. 출연 가수들은 기존 형식처럼 대표곡 부른 후 리메이크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오는 10일에는 과거 MBC의 대표 프로그램 '일밤-건강보감'이 다시 등장한다. '건강보감 리턴즈'는 과거 '건강보감'을 책임졌던 MC 이경규와 함께 방송인 샘 해밍턴, 배우 김광규, 데프콘, 조정치 등이 출연한다.
나름 기존 프로그램을 현대적으로 각색했다고는 하나 과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형식이다. 아이템이 진부한 만큼 게스트들의 역량이 시청률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프로그램을 그대로 답습하기 보다는 벤치마킹해 새로운 형식으로 선보이는 곳도 있다. JTBC에서는 오는 6~7일 '가족오락관'과 '도전 천곡'을 섞은 '게임의 제왕'이 방송된다.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자극을 주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목표다.
아예 타 방송국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도 있다. 10일 방송되는 KBS 2TV '결벽대결 1mm'에서는 각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장인들이 1대 1 대결을 펼친다. SBS의 ‘스타킹’의 스타일을 그대로 받아 쓴 셈이다. MBC는 여행 리얼리티 예능의 인기를 따라 6일 아침 '할매, 날다'를 방송한다. '할매 날다'는 해외여행을 한번도 안가본 시골 할매들과 서울 할매가 일본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담았다. 이 역시 2013~2014년 크게 히트했던 tvN의 '꽃보다 할배'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포맷이다.
리메이크 프로그램들은 온가족이 둘러앉아 보기 적합하고 시청자를 추억에 젖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한번 흘러간 과거 프로그램들은 콘텐츠가 차고 넘치는 TV시장에서 새삼 흥미를 끌기 어렵다. 해당 프로그램의 기존 MC와 평소 예능에서 자주 접하던 패널이 등장한다면 두 말 할 것도 없다.
화려한 게스트가 시청자를 움직이는 시대는 지났다. 시청자의 수준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영화, 드라마 못지않게 예능 분야도 탄탄한 시나리오가 흥행을 좌우한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는 추석특집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시청자들은 냉정하다. 진보한 프로그램은 박수를 받지만, 진부한 프로그램은 외면을 당한다. 좀 더 진정성 있는 아이템과 기획이 필요한 때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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