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국 정상 동유럽 방위 강화 모색 집단안보원칙 재확인할 듯
우크라 합동훈련에 미군 파견 등 美, 동유럽 지키기 점점 구체화

우크라이나 사태 후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28개 회원국 정상이 모여 동유럽 방위 강화 방안을 모색한다.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 신속대응군을 창설하고 집단안보원칙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견하는 등 ‘동유럽 지키기’를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정상들은 4일부터 영국 웨일스에서 회의를 열고 동유럽 지역의 군사 준비태세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회원국에 대한 위협을 나토 전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는 집단안보원칙을 재확인하고 신속대응군 창설에 합의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의에 앞서 전날 방문한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뻔뻔한 공격”이라고 비판하면서 “미국은 나토에서 맡은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의 동진(東進) 정책에 떨고 있는 동유럽에 군 부대를 영구 배치하는 방안은 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는 1997년 러시아와 ‘동유럽에 영구적인 군사력을 배치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는데, 이를 깨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대신 탄약 등 군수 물자들을 사전에 동유럽에 배치해 신속대응군이 투입되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미국은 오는 16~26일 우크라이나에서 열리는 연례 합동군사훈련인 ‘래피드 트라이던트’에 미군 200명을, 4일부터 10월 8일까지 폴란드 라스크 공군기지에서 열리는 합동군사훈련에 전투기 6대와 120명의 군인을 파견해 ‘동유럽 방위를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내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러시아에 수출하기로 한 상륙함 인도를 보류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전날 “러시아와 수출 계약한 미스트랄급 상륙함 두 척 가운데 한 척을 인도할 상황이 아니다”며 계약 이행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한편 러시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동남부 사태에 러시아군이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내부 증언이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북서부 프스코프 지역에서 발행되는 프스코프스카야 구베르냐는 최소 80명의 러시아 공수부대원이 지난달 우크라이나에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앞서 러시아 대통령 산하 시민사회발전인권위원회 위원 2명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 군인 100여명이 전사했다고 주장했다.
동부지역 휴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 페트로 포르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합의는 우크라이나가 하루 만에 이를 ‘기만’이라고 비난하면서 알맹이 없는 합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 계획(푸틴의 계획)은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유럽연합(EU)의 새로운 제재 결정을 피하려는 시도”라고 평가절하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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