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tening and Speaking
미국 영어에서 ‘표준 억양(standard accent)’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억양에 관용과 이해심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라는 특성도 작용한다. 그래서 표준 억양 대신 ‘General American Accent’ 혹은 ‘Authentic accent’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한때 대도시 시카고 지역 억양이 표준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그 도시가 표준 발음으로 인식되는 Midwestern accent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나온 것 일뿐이다. 시카고에도 소위 Inland Northern accent가 있기 때문에 이 도시 주민 누구나가 가설의 표준 억양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Northern cities shift라는 약간의 발음 변화를 거치며 표준 발음이나 중립 발음 지역으로 부상하는 도시가 워싱톤이다. 인근 버지니아 북부나 메릴랜드 지역만 해도 약간의 Southern accent가 있는데 워싱턴은 미국의 수도여서 그런지 가상의 중립 발음이 대세가 됐다.
사람은 대개 열 두 살 정도에 자신의 평생 억양이 정착된다고 한다. 열 세 살 이후 배우는 억양은 평생을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는 ‘critical age of 13’이라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똑같은 미국인이라도 섬세한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는 나중에 흉내를 낸다고 해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이 낼 수 있는 소리는 대략 140개인데 유아 시절 듣는 소리는 70개 안팎이기 때문에 가능한 소리의 절반만 듣는 셈이다. 다시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소리는 훨씬 적어지며 외국인이 할 수 있는 발성은 더더욱 적다.
전세계의 수도꼭지에는 universal size 즉 표준이 있지만 인간에게 universal accent는 애초부터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하는 얘기가 ‘중립 발음’이다. 오래 전 나왔던 Mid-Atlantic accent는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무역하던 사람이 사용한 억양이다. 양쪽의 특이 억양을 배제한 것이라 듣기 쉽고 이해하기 편한데 이 또한 neutral accent를 향한 과정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Jamaican accent나 Caribbean accents가 차라리 듣기 편하다고 하는데 자세히 들으면 Scottish accent와 흡사하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로 Jamaica 인구의 3분의 1이 Scottish이고 영화 007시리즈의 주역 숀 코네리 또한 Scottish accent를 사용하기 때문에 세계인이 듣기에 쉬웠다는 분석도 있다. 원어민도 자기네 억양을 비교하며 Neutral Accent를 논하는 시대에 기왕이면 우리도 중립 발음으로 연습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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