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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연체이자는 저금리 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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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연체이자는 저금리 무풍?

입력
2014.09.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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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도 3%까지 떨어졌는데 고정 연체이자율 적용 여전

카드업계 "회사채·기업어음 등 자금 조달 방식 달라 불가피"

초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은행 예금금리는 1%대, 대출금리는 3%대까지 떨어진 상황.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요지부동인 금리가 있다. 바로 신용카드 연체금리다. 2012년 2월 금융당국이 카드업계의 고금리 대출을 경고하면서 자구책으로 일부 조정한 이후 20%대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최고금리는 30%에 육박한다.

이는 은행권이 약정한 대출금리에 일정폭의 가산금리를 더해 연체금리를 산정하는 방식인 반면, 카드사의 경우 대출금리와 무관하게 고정된 연체금리를 적용하기 때문. “자금 조달방식의 차이 때문이라서 불가피하다”는 게 카드업계 설명이지만, 초저금리 시대에도 살인적인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소비자들로선 납득하기 어렵다.

3일 여신협회 공시에 따르면 신용카드 겸영 은행과 전업카드사 등 20개 카드업체의 신용판매와 현금서비스의 연체이자율은 연 19~29.9%다.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의 현금서비스 최고 연체이자율이 29.9%로 가장 높다. 신한카드의 현금서비스 최고 연체이자율은 29.5%, 롯데카드와 하나SK카드는 29%다. 현금서비스의 최고 연체이자율만 놓고 보면 현대카드가 25%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카드사들은 각자 정상 이자율과 연체일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연체이자율을 약관에 규정해 두고 있다.

문제는 이 기준이 2년 6개월이 넘도록 그대로 묶여 있다는 것. 신용카드사들이 가장 최근 연체이자율을 조정한 것은 2012년이다. 당시 업계는 ‘저신용자들에게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 여론에 밀려 정상 이자율 구간을 신용등급별로 세분화하고 최고이자율을 내리는 형식으로 연체이자율을 조정했다. 다만 지난 7월 15일 개정 이자제한법이 시행되면서 신용판매 연체이자율은 최고 29.9%에서 최고 25%로 내렸다. 하지만 현금서비스 연체금리는 좀처럼 낮아질 기미가 없다.

물론 카드업계도 할 말은 있다. 자금의 조달방식이 수신 기능이 있는 은행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 카드채, 기업어음 등을 주요 조달 수단으로 하기 때문에 조달 시기나 만기 구조가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실시간으로 시중 금리를 반영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운용 자금 중 빌린 지 1년이 넘은 돈이 90%에 가까워 최근의 기준금리 인하가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카드업계의 고정된 연체이자율이 자금 조달방식보다는 관행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고 분석한다. “은행이 장기 대출을 다루는 것과 달리 카드론은 초단기 대출이기 때문에 연체이자율을 시중 금리에 연동시키기에는 번거로운 부분이 많아 대부분 나라에서 관행적으로 고정 연체이자율을 적용한다”는 게 이보우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설명. 그는 그러나 “연체이자는 금융사가 각자 위험 부담과 비용을 반영해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요즘처럼 금리가 하락세일 때는 자동으로 조정돼야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자금 조달 체계를 구실로 과도한 연체금리를 챙기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쏟아진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카드사의 논리대로라면 조달 비용 중 적어도 단기 자금의 비중만큼은 시중 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로 바꿔야 하겠지만 카드사들은 복잡한 금리체계를 피하고 싶을 것”이라며 “고정 연체금리만 고집하지 말고 일부라도 탄력적으로 시장금리에 연동시킬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감독ㆍ지도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당국과 카드사가 협의해 1년에 단 몇 차례라도 시중금리 움직임을 반영, 연체금리 체계를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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