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대학ㆍ고교 경영권 분리 각서
전재욱 명예총장 "명의만 빌렸던 것"
동생 "대학 뺏겼고 보상 안해" 주장
‘대학 1개는 고등학교 2개+α(알파)?’
사립학교의 족벌경영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경기 포천 경복대가 설립 20여년 만에 형제 간 소유권 다툼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들은 대학 경영권을 넘기는 대신 고등학교 2곳의 경영권과 수 억원의 현금, 소정의 급여를 준다는 등의 각서를 교환했다.
3일 경복대 전재욱(75) 명예총장과 동생(61)이 1996년 합의해 작성한 뒤 공증한 각서에 따르면 형은 동생에게 고등학교 이사장직과 4억원의 생활비 등을 주는 대신 동생은 “경복대 설립을 위해 명의만 빌려줬다는 형의 주장이 맞고 이에 동의하겠다”고 합의했다. 형 재욱씨는 경기도와 강원도에 대학 3곳과 고등학교 2곳을 운영하는 사학재벌이다. 재욱씨는 두 아들도 이들 대학의 총장으로 앉혀놓고 있다.
각서에서 형은 6개월 이내 고등학교 2곳을 운영할 별도 법인을 만들어 이 법인의 이사장 직을 동생에게 보장하는 한편 생활비와 별도의 급여 제공 등을 약속했다. 동생은 대신 형의 주장에 동의하고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형에게 명의만 빌려줬을 뿐, 경복대 설립을 위해 현금, 부동산 등 어떤 형태의 재산도 출연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동의한 것이다.
하지만 각서를 쓰고 나서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게 된 배경에 대해 동생은 “학교 설립 1년 뒤인 1992년 형이 이사회를 학교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불법으로 열고 내가 설립한 대학을 가로챘다”며 “내가 정부 등에 민원을 내면서 반발하자 이 각서를 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형이 각서의 내용을 아직도 지키지 않고 있고 형제끼리 법적 다툼을 벌이기 싫어 참아왔지만, 이제는 명예라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문의한 결과 경복대의 전신인 경성전문대의 설립계획 신청자와 설립승인 취득자는 동생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관계자는“서류상으로는 경성전문대 설립승인 취득자는 동생이 맞다”며 “다만 형의 주장처럼 동생이 자산을 출연하지 않고 업무만 대행했을 수 있어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학교 관계자는 “배움의 도량이 한낱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다”면서 “학교 거래나 운영 과정서 불법이 있었는지 철저히 가려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각서를 쓴 이유 등을 듣기 위해 대학 측에 수 차례 문의했으나 전 명예총장과 통화하지 못했다. 아들인 이 학교 전지용 총장 측과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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