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사 2명 포로체험훈련 받다 질식사… 두건 목끈 조여… "힘들다" 호소 묵살
고강도 포로체험 훈련을 받던 특수전사령부 부사관 2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다쳤다. 선진국의 훈련방법을 도입해 매뉴얼도 없이 실시하다 훈련병들의 질식 상태를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아 참변으로 이어졌다.
2일 오후 10시 40분께 충북 증평군에 있는 13공수특전여단 예하부대에서 ‘포로시 행동요령 시험훈련’을 받던 이모(23), 조모(21) 하사가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청주시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사망자들의 유해는 국군대전병원에 안치됐다. 같은 증세로 함께 이송됐던 전모(23)하사는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한 뒤 국군대전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육군에 따르면 숨진 이 하사 등은 훈련병과 교관 등 24명이 1일부터 4박5일간의 일정으로 적군에 포로로 잡혔을 경우 적의 심문을 견디고 탈출하는 ‘포로시 행동요령 훈련’을 받던 중 사고를 당했다. 다리를 결박하고 무릎을 꿇린 채 얼굴에는 두건을 쓰고 양팔은 뒤로 결박 당한 채 일정시간을 참아내는 훈련이었다.
훈련병 10명은 2일 오후 9시께 포로체험 훈련을 시작했다. 독신자숙소(BOQ)를 개조해 만든 훈련장은 9개의 방으로 구성됐는데 8개 방에는 1명씩, 1개 방에는 2명이 들어갔다. 이들이 쓴 검은 두건은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으로 통풍이 잘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오전에도 한차례 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오전에 단순히 두건만 쓴 것과 달리 오후 훈련은 두건의 아래 끈을 조여 쉽게 벗기지 못하도록 강도를 높였다.
훈련 시작 후 1시간 30분이 지났을 때 일부 훈련자들이 고통을 호소했다. 일부는 5~10분에 걸쳐 “힘들다”고 소리를 질렀고 심지어 욕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관들은 이들의 호소를 무시했다. 부대 관계자는 “부상을 입은 전 하사가 심하게 고통을 호소해 두건을 벗겨보니 얼굴이 창백해 전체적으로 훈련을 중지시키고 전 훈련자들을 확인해보니 이 하사 등이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후송했다”고 말했다.
훈련병들이 들어간 방은 복도쪽으로 쇠창살 창문이 나있어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였다. 훈련에는 교관 4명과 지원요원 10명 등 모두 24명이 참여했으며, 지원요원들이 복도를 오가며 상황을 살폈다고 군은 밝혔다.
부대 관계자는 “오전 훈련에서는 병사들이 1시간 만에 결박을 풀고 탈출했다”며 “오후에 훈련강도를 높였지만 외부에서 물을 뿌리거나 목을 조르는 등 물리적인 힘을 가하는 상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훈련 강도에 대한 한계치 등을 정한 구체적인 매뉴얼도 없이 훈련자들의 고통 감내 수준을 교관들의 경험과 감에 의존한 것이어서 비판이 제기된다. “교관들이 이들의 호소를 훈련상황 조성을 위해 소리를 지른 것으로 본 것 같다”는 군의 설명도 이 같은 문제를 보여준다.
군 관계자는 “극한상황에서의 트레이닝 과정이기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기준을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내기 어려운 점도 있다”며“베테랑 교관들이 상황을 봐서 경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육군은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감찰실장이 포함된 조사팀을 해당부대에 급파하는 한편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이번 훈련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육군 관계자는“사고 현장 감식과 검시를 위해 경찰 과학수사팀과 민간 의료인을 입회시켜 의혹이 없도록 투명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며 “훈련준비와 통제, 안전조치 등 훈련시스템 전반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대전=허택회기자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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