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안전·교통 보완 '적합'에도 열흘간 프리오픈 통해 최종 판단
서울시가 잠실 ‘제2롯데월드’ 저층부 상업시설의 임시사용 승인과 관련, 열흘간의 ‘프리오픈(pre-open)’을 통해 시민들에게 건물을 개방한 뒤 최종 판단하기로 했다. 임시 개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되지만 일각에서는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13일 롯데그룹이 제출한 안전ㆍ교통분야 보완책에 ‘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안전 문제에 대한 시민 우려가 큰 만큼 임시 개장을 강행하기에 무리가 있어 이 같이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절차적 검증을 끝낸 상황에서 듣도 보도 못한 프리오픈 절차까지 만들어가며 최종 결정을 또다시 시민에 미룬 셈이다.
프리오픈은 상업활동을 배제한 상태에서 시민과 전문가들에게 직접 둘러보게 하는 방식이다. 열흘의 프리오픈 기간 종합방재훈련을 불시에 실시하고, 주차장 예약제와 주차 유료화 등 교통환경을 모니터링한 뒤 이를 근거로 임시 사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파트 준공 전 입주자 사전 점검과 같은 개념”이라면서 “영업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들이 둘러보고 안전과 교통 등 문제를 공론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빈 건물을 참관하는 방식인 프리오픈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석 달간 시민자문단이 진행했던 과정을 일반 시민들이 짧은 기간 그대로 반복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주관하는 종합방재훈련, 교통상황 모니터링, 타워동 공사장 점검 등도 실제 영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민들이 빈 건물을 둘러본다고 해서 전문가들이 확인하지 못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느냐”며 “서울시 스스로 적합하다고 판단을 내려 놓고는 이를 따르지 못하겠다는 건 비겁한 자기모순적인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롯데는 이날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승인이 프리오픈 이후로 미뤄지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 측은 “서울시가 지적한 사항들에 대해 철저한 보완조치를 취했음에도 임시사용승인 결정이 미뤄져 아쉽다”며 “서울시 결정에 따라 점검을 충실히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또 “안전·교통 대책은 그 동안 서울시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검증을 받아왔던 사안인 만큼 점검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4일부터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시민개방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기대했던 9월말 개장이 어려워지고, 프리오픈 이후에도 저층부 임시개장 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롯데 측은 “9월말 개장이 어려워져 롯데뿐 아니라 입점업체와 이미 채용한 직원들의 손해도 불가피 하다”고 말했다.
롯데는 시민들의 신청을 받아 하루 7~8회 약 2시간씩 시민 현장 방문을 실시할 예정이며, 4일부터라도 프로그램 진행이 가능하지만 일정과 방법은 서울시와 협의를 거친 뒤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2016년 말 완공 예정인 제2롯데월드는 지상 123층의 타워동과 3개 동의 저층부로 구성돼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4월 저층부의 임시개장을 목표로 했으나 안전성을 이유로 승인이 나지 않아 개장이 늦춰지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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