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포로셴코 전화회담 후 발표 반년 만에… 합의 지켜질진 미지수
오바마, 발트 3국 순방 동유럽 껴안기 오늘 나토서 러 패권확장 제동 논의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분쟁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영구 휴전에 합의했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3일 밝혔다. 휴전 합의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간 교전이 시작된 지 반년 만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포로셴코 대통령이 전화회담을 갖고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ㆍ루간스크) 지역의 영구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도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의 군사 및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대한 논의를 했다”며 “특히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 유혈사태를 서둘러 중단시키기 위해 무엇을 일차적으로 해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위기 상황 돌파를 위한 견해가 상당 부분 일치했다”고 밝혔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이 전했다.
앞서 두 정상은 지난달 26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시 회담에서 러시아는 “반군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고 맞섰다. 이후 양국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침입 문제를 두고 비난전을 벌여왔다.
동부 친러 반군까지 포함해 분쟁 중이던 양측의 견해 차이가 지금까지 너무 컸기 때문에 휴전 합의가 어느 정도 지켜질지, 합의 동안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에 진전을 볼 수 있을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동부 교전으로 지금까지 2,600명이 숨졌고 34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유엔은 밝혔다.
갑작스런 이날 휴전 합의는 4일부터 이틀 간 영국 웨일스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눈앞에 두고 나온 것이다. 정상회담에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발트 3국까지 순방한다. 미국과 유럽이 나토 신속대응군 창설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남부 개입에 맞서는 적극적인 대비책을 내놓을 것으로 주목된 시점이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의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 열리는 서방 전체의 다자 안보회의로 러시아 푸틴 정권의 패권확장에 제동을 거는 게 목표다. 일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유럽 순방을 계기로 동유럽 국가들을 적극적으로 껴안는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발트 3국의 중심도시인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을 방문하는 것은 그 자체로 나토 동맹국들과 러시아에 대한 상징적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또 동맹국에 대한 위협을 나토 전체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내용의 나토 안보조약 5조를 강조하며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공약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안보조약 5조를 강조하는 것은 나토의 정체성을 러시아의 패권확장을 견제하는 명실상부한 집단안보기구로 규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나토는 조만간 4,000여명 병력이 참여하는 신속대응군을 창설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와 관련 “연내에 미국으로부터 ‘비(非)나토 주요동맹국 지위’를 획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나토 회원국이 아닌 미국의 주요 전략 동맹국들에게 부여되는 지위로 한국 등 15개 국가가 부여 받았다.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파벨 페트렌코 우크라이나 법무장관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현재 처한 환경을 고려할 때 미국으로부터 비나토 주요동맹국 지위를 아주 이른 시일 내에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안에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런 움직임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미하일 포포프 국가안보위원회 부서기(부위원장)는 2일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토 확대, 미사일방어(MD)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대외정치 요소 때문에 군사독트린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군사독트린은 군사안보 분야 정책 원칙과 국방력 구축 및 이용 방안 등을 규정한 공식 문서로 현 독트린은 지난 2010년 채택했다.
포포프는 “나토의 확대와 회원국 군사 인프라의 러시아 국경 접근은 러시아에 대한 대외적 군사위협이 되고 있다”며 “나토의 전지구 MD 시스템 구축, 군전력 사용에 관한 새로운 전략 개념 채택, 초음속 무기 등 신형 군사무기 개발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는 서방이 자신들의 가치를 다른 나라에 수출하기 위한 ‘색깔혁명’(정권교체혁명) 정책의 일환이라며 “아랍의 봄 사건, 시리아 사태, 우크라이나 사태 등은 모두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군사적 위험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포프 부서기는 국가안보위원회 산하에 독트린 수정안 마련을 위한 부처 간 실무그룹이 구성됐다며 올해 말까지 군사독트린 수정안을 채택할 것이라고 전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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