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사용후핵연료로 돈을 버는 유일한 나라다. 다른 나라의 사용후핵연료를 가져와 ‘재처리’를 통해 부피를 확 줄인 후 되돌려 보내는 것이다. 재처리 기술이 없거나 영구처분장을 확보하지 못한 나라들은 원전 쓰레기를 줄이려고 막대한 돈을 지불하며 프랑스에 의존한다.
재처리는 파리에서 서쪽으로 350㎞ 떨어진 라 아그에서 이뤄진다. 원전 사업자 ‘아레바’가 운영하는 라 아그 재처리 시설은 세계 최대 규모. 르네 샤흐보니에르 아레바 부국장은 “세계에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의 75% 이상이 여기서 재처리된다”고 설명했다.
재처리를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사용후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수조에 넣어두는 ‘임시저장’과 완전히 격리시키는 영구처분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사이 별도 공간에 장기간 보관하는 ‘중간저장’이나 재처리는 선택사항이다. 프랑스가 재처리를 선택한 이유는 핵연료를 다시 쓰기 위해서다. 갓 나온 사용후핵연료 중 쓸모 없는 최종 쓰레기(핵분열생성물)는 단 4%다. 나머지는 핵분열반응을 또 일으킬 수 있는 우라늄(95%)과 플루토늄(1%)이다. 아레바는 재처리로 여기서 핵분열생성물만 떼어내 원전 연료로 다시 사용한다.
재처리로 얻은 핵연료가 자원 가치를 유지하려면 원자력발전 원료인 우라늄이 고갈되거나 값이 폭등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또 원전이 계속 건설돼야 한다. 재처리로 돈을 벌겠다는 프랑스의 전략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불투명한 이유다. 재처리를 위탁하는 나라 입장에서도 어쨌든 최종 쓰레기는 다시 가져와야 하니 미봉책일 뿐이다. 또 재처리 과정에서 핵무기 재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확보할 수 있어 재처리 시설 건설은 국제사회와 관계를 악화시키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많은 나라가 선뜻 재처리 시설 건설에 나서지 못한다.
게다가 재처리 시설은 영구처분시설 못지 않게 방사능 누출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샤흐보니에르 부국장은 “라 아그는 바람이 많고 바다가 가까워 혹시 모를 방사능 누출에 대비할 수 있다”며 “재처리 시설은 5,000명을 고용하고 매년 8,000만유로(약 1,000억원)의 세금을 내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 아그(프랑스)=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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