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3억 유용한 업체대표 입건
市, 매년 감사하고도 적발 못해
전북 전주시 한 시내버스 회사가 4년간 13억원이 넘는 저상버스 구매 보조금을 유용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특히 관리감독 주체인 전주시가 해마다 감사하고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전주 덕진경찰서에 따르면 시내버스 업체인 A여객은 2011년부터 4년간 저상버스 구매 보조금 13억9,000만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경찰은 이날 이 업체 대표 B(72)씨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회사는 시로부터 받은 보조금과 자기 자금으로 저상버스를 구입한 후 보조금 정산이 끝나면 버스 제조사로부터 구입대금 전액을 되돌려 받은 뒤 할부로 지급하는 수법을 써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사는 돌려받은 보조금을 주로 인건비와 유류비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다.
저상버스 1대의 가격은 약 2억원인데 이 중 50%에 해당하는 1억원 상당을 지자체가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 업체는 2011년 저상버스 5대를 구입하면서 4억9,3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고, 2013년 3대(2억9,400만원), 2014년 6대(6억300만원) 등을 추가로 구입하면서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더욱 큰 문제는 전주시가 매년 회계감사를 진행하면서도 4년이 넘도록 A여객의 보조금 유용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
A여객이 보조금을 되돌려 받은 회계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는 수법을 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주시는 올해 7, 8월에도 감사를 벌였으나 유용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보조금 집행 내역과 구매 버스 실물 등을 확인한 뒤 보조금을 정산한다”며 “버스업체가 저상버스를 실제 구매했고 서류를 워낙 완벽하게 꾸며놓았기 때문에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서도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주시의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보조금 유용 흔적을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시내버스 인건비와 유류비는 자치단체에서 버스업체에 지급하는 재정보조금으로 지급하게 돼 있기 때문에 원가와 인건비 등을 제대로 확인했다면 4년간 13억9,000만원이나 되는 근거 없는 수입 부분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허술한 회계감사 체계도 이 같은 범죄를 조장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A여객처럼 소규모 사업장은 회계감사를 공인된 외부 회계법인을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회계법인을 선정해 진행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 시스템으로는 보조금 유용을 잡아내기 어려운 만큼 회계감사를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다른 버스업체들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충분히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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