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각료 2명에서 5명으로 늘려 아베노믹스서 내건 여성 중시 홍보
친아베 성향 주요 각료 모두 유임 장기집권 위한 전략적 포석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일 개각에서 각료의 3분의 1을 여성으로 기용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아베노믹스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내건 여성의 활약을 대외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목적이다. 2012년 12월 취임 이후 내각교체를 하지 않은 데 대한 당내 인사 불만을 해소하는 동시에 장기집권을 향한 전략적 포석도 깔려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인사에서 경제산업장관에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전 저출산 담당장관, 총무장관에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납치문제 담당장관에 야마타니 에리코(山谷えり子) 참의원 정책심의회장, 법무장관에 마쓰시마 미도리(松島みどり) 경제산업성 부장관, 행정개혁담당 및 저출산 담당장관에 아리무라 하루코(有村治子) 참의원을 임명했다. 이에 따라 여성 각료는 기존 2명에서 5명으로 늘었다.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 당시 5명의 여성각료가 기용된 적은 있지만 이중 2명은 민간인 출신이었으며, 현직 의원만으로 여성 각료가 5명이 탄생한 것은 일본 정치사상 처음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2020년까지 여성 지도자의 비율을 30%에 맞추겠다는 목표에 따라 장관 18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명을 여성으로 채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의 안보법제담당장관 제의를 거절, 항명 파문을 일으켰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간사장은 신설된 지방창생담당장관에 임명됐다. 대신 에토 아키노리(江渡聰德) 전 방위부장관이 안보법제담당장관과 방위장관을 겸임하게 됐다. 아베 총리는 내년 9월 당총재 선거의 유력 경쟁자인 이시바의 활동에 제약을 두기 위해 의도적으로 입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후생노동장관에는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전 관방장관을 기용했다.
아베 총리는 이밖에 농림수산장관에 니시카와 고야(西川公也) 자민당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대책위원장, 부흥장관에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 중의원, 과학기술장관에 야마구치 순이치(山口俊一) 중의원 등을 처음으로 각료로 임명했다. 취임후 1년8개월간 각료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커지고 있는 당내 불만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다.
아베 총리는 반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장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장관,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생담당장관,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국토교통장관 등 핵심 각료들은 유임했다. 실질적인 정국을 주도하는 주요 장관의 유임을 통해 변화 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개각에 앞서 자민당 간사장에 자민당 총재 출신인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법무장관, 정무조사회장에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행정개혁 담당장관, 총무회장에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중의원 예산위원장을 각각 임명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개각은 여성 각료 대거 기용 등 파격적인 형식을 띠고 있지만, 친 아베 성향의 장관은 주요 보직에 남겨두고 라이벌 정치인을 견제하는 성격이 짙다”며 “장기 집권을 노리는 아베 총리의 의도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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