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강간 및 살인으로 30년간 수감됐던 사형수와 그의 동생이 DNA 샘플을 증거로 결백이 증명돼 석방됐다.
외신에 따르면 정신 장애를 가진 배 다른 형제인 헨리 맥콜럼(50)과 레온 브라운(46)은 1984년 미 노스캐롤라이나에서 11세 소녀를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건 희생자였던 사브리아 부이는 거의 벗은 몸으로 1983년 노스캐롤라이나주 레드 스프링스 마을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부이는 죽기 전에 강간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맥콜럼과 브라운은 각각 19세, 15세. 시신이 발견되고 몇 주 후 경찰은 이들을 유력한 혐의자로 체포했지만 범죄를 입증할 명백한 물리적인 증거는 없었다.
정신연령이 9세 정도인 맥콜럼은 당시 5시간의 강도 높은 심문 후 변호사나 가족의 증언 없이 자백했다. 동생 브라운 역시 경찰이 내민 자백서에 서명했다. 형제는 그 후 법정에서 자백을 철회하며 협박당했다고 말했지만 법정은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를 선고했다.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형제는 이후 수년 간 수없이 항소를 시도했지만 이마저 허사였다. 그러던 중 2010년에 두 사람의 사건을 맡은 노스캐롤라이나 결백조사위원회가 당시 조사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사건 현장의 새로운 DNA 자료를 발견했다.
조사위원회는 그 증거를 이용해 피해자는 수감 중인 형제들과 아무런 연관이 없고, 대신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된 곳 근처에 살던 로스코 아티스(74)가 사건에 관련됐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아티스는 이 사건에서는 혐의자로 지목되지 않았지만 사건 약 한 달 전 발생한 비슷한 소녀 강간 살해사건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인물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법원은 조사위의 결정을 인정해 2일 두 형제의 즉각 석방을 명령했다. 변호인들은 이 결정을 반기면서 “미국 사법제도가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을 자신과 아무런 관련 없는 범죄로 30년간 고통 받게 했다는 사실이 끔찍하다”며 “그들이 어떤 역경을 거쳐 왔는지,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지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지수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3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