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효과를 높이기 위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거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방안 논의 등을 위해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 모인 EU 외교관들이 9개월 전 사태 발발 이후 처음으로 주요 스포츠 행사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지난 7월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피격돼 추락했을 때도 월드컵 보이콧 목소리가 높았지만. EU 회원국 대사 회의에서 공식 논의하기는 처음이다.
EU가 논의 중인 주요 스포츠 행사에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포뮬러 원(F1) 자동차 경주대회, 유럽축구대회 등이 포함된다.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 등 몇몇 국가대표들은 1일 열린 EU 대사 회의에서 이 아이디어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라트비아의 한 외교관은 “러시아로부터 선의를 엿볼 수 없는 지금 시점에 이런 논의를 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세계 축구경기를 총괄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프 블라터 회장은 이날 독일 dpa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2018년 개최국(러시아)과 2022년 개최국(카타르)을 신뢰한다“며 “과거에도 보이콧을 통해서는 아무 것도 이뤄내지 못했다”며 서방 국가의 움직임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논의 수준도 초보적인 구상 단계다. 월드컵 거부 방안은 EU가 이번 주말까지 합의안을 도출할 예정인 새로운 제재 안에 아직 포함돼 있지 않다.
정치 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 애널리스트는 “월드컵 보이콧이 현실화하면 러시아에는 금융제재보다 훨씬 더 쓰라린 제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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