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증평의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부대 부사관 2명의 사망을 낳은 포로체험 훈련은 영국의 공수특전단(SAS)이 1960년대 '생존·도피·저항·퇴출(SERE) 훈련'의 하나로 개발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흔히 '포로 심문 과정(interrogation course)'으로 불리는 이 훈련의 목적은 적진 깊숙한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포로가 된 특수전 요원이 고문을 동반한 혹독한 심문을 견뎌내며 아군의 기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배양하기 위한 것이다.
SAS의 훈련은 우선 포로가 된 요원의 머리를 가리고 팔을 뒤로 꺾어 수갑에 채운 채 화물차량의 화물칸에 실려 가상의 심문실로 옮긴다.
포로 요원은 이곳에서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 버킷에 담긴 얼음물 고문을 몇 차례 당한다.
심문관들은 넋이 나간 요원 주위에서 온갖 협박과 욕설을 퍼부으면서 인내의 한계심을 실험한다.
이어 포로가 된 요원의 머리를 비닐봉지로 씌운 채 물이 가득 담긴 욕조에 처박는다. 호흡 곤란을 통한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이보다 더한 가혹행위도 행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SAS가 개발한 이 훈련은 비록 몇 시간밖에 되지 않지만, 사고로 곧장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과 극도의 공포심 유발 등으로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논란에도 SAS와 해병대 특전단(SBS) 등 영국 특전부대들은 적의 배후에서 소수 또는 단독으로 고도의 위험성이 따르는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요원들에게는 불가피한 훈련이라며 계속 유지해오고 있다.
이 훈련은 육군 특전단(그린베레) 등 미국 특전부대에도 전수됐다.
미국의 그린베레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포트 브랙 기지 외곽의 포트 맥콜에서 '저항훈련시험장(Resistance Training Laboratory)'을 운영 중이다.
일종의 포로 수용소인 이 시험장은 감시탑, 철조망, 독방 등 포로가 됐을 상황을 가상해 거의 실제와 똑같이 만들어놓고 '예비 특전요원'들에게 강의실에서 배운 혹독한 과정을 체험하게 한다.
비밀시설인 이 시험장에서 가상 포로들은 잠을 제대로 자지 않거나 음식 섭취에 제한을 받는 등의 체험을 하게 한다.
이 시험장을 운영하는 미 육군특전사령부 산하 존 F 케네디 특수전학교 측은 그러나 이 시험장 체험이 19일간의 SERE 훈련 과정에서 가장 혹독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문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에 증평 특전사 부대에서 포로체험 훈련은 SAS 훈련 방식과는 다르다.
두건을 씌우고, 양팔을 뒤로 묶고, 무릎을 꿇린 것까지는 비슷하지만 구타 등 그 이상의 가혹행위는 없었다는 것이 특전사 측의 설명이다.
고문이 없다는 점에서 미국식 포로체험 훈련에 가까워 보인다.
특전사는 "지난 7월 중순 포로체험 훈련 임부를 부여받은 뒤 베테랑 교관들이 한 달 이상 철저하게 교육 준비를 했지만 치밀하지 못했다"고 사고 배경을 설명했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부사관들이 옮겨졌던 청주의 모 병원은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내놨다. 이들의 사인은 군 당국의 조사에서 밝혀질 일이다.
군 수사당국은 만약 해당 부대가 안전수칙을 마련하지 않았거나 제대로 지키지 않고 훈련을 진행한 점이 드러나면 관련자들을 문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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