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기업 106곳 설문 조사… 경기 활성화 대책 아직 체감 미미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경기 탓에 국내 기업들의 상당수가 올해 초 설정한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정부가 다양한 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군불을 지피고 있지만 아직까지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 체감 온도는 영하권이었다. ★관련기사 5면
2일 본보가 추석을 앞두고 51개 대기업과 55개 중견ㆍ중소기업 등 106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기 체감도를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3%인 79개 기업이 “올해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답했다. 목표치에 도달하거나 초과 달성을 예상한 기업은 26개사에 불과했다. 대기업 A사 관계자는 “내수 업종이 많은 기업들에게 국내 경기 침체가 예사롭지 않다”며 “수출을 주로 하는 정보통신(IT)부품관련 계열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계열사들은 올해 영업이익이 심각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 사이에 하반기 투자와 고용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응답 기업의 62%(66개사)는 하반기에 투자와 고용을 당초 계획대로 유지할 계획이지만, 33%(36개사)는 투자와 고용을 당초보다 축소하거나 아예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줄인다는 것은 하반기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정부의 예상이 어긋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만큼 기업들이 느끼는 국내 경기 침체는 심각했다. 응답기업의 절반이 넘는 57%(61개사)가 ‘예년보다 어렵다’고 답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도 93.2로, 1998년 외환위기(IMF) 때 기록한 81.0 이후 가장 낮았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미치지 못하면 부진, 넘으면 호조를 뜻한다.
더 큰 문제는 기업들이 국내 경기 침체가 길어질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응답기업의 82%(88개사)는 “국내 경기 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봤으며 이 중 25%(27개사)는 “일본처럼 5년 이상 장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암울한 응답을 했다.
기업들은 또 정부가 최근 발표한 경기 활성화 대책으로는 내수 경기 침체를 뒤집기에 역부족이고, 보다 실효성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중견기업 B사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과 세법 개정안,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 등은 물론 내놓지 않은 것보다 낫겠지만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열어 내수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라며 “서민층의 소득을 실질적으로 늘릴 수 있는 가계 소득 확대 정책이 병행돼야 내수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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