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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할 때 선원들 캔맥주 나눠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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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할 때 선원들 캔맥주 나눠 마셨다

입력
2014.09.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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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기다리면서 진정하려고…" 1등 기관사, 음주 사실 인정

부상 동료 승무원 버려두고 탈출 "기관장이 함구 요구" 은폐 정황

세월호가 침몰하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일부 선원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다며 캔맥주를 나눠 마시고 구조되기만을 기다렸다. 제 살길 찾기 바빴던 그들은 심지어 부상 당한 동료 승무원을 내버려둔 채 탈출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덮어 두자고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준석(68)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인 피고인 신문 절차로 들어가면서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선원들의 이기적인 행적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2일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15차 공판에서 1등 기관사 손모(58)씨는 사고 직후 세월호 3층 기관부 객실 복도에서 구조를 기다리면서 기관장 박모(53)씨와 캔맥주를 나눠 마신 사실을 인정했다. 손씨는 “사고로 인한 격앙된 감정을 진정시키기 위해 3등 기관사 이모(25ㆍ여)씨 객실에서 캔맥주 1개를 가져와 박씨와 나눠 마셨다”고 말했다. 손씨는 이어 “탈출하기 가장 좋은 위치에 있고, 언제든 탈출할 여유가 있어서 마신 것 아니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당시에는 구출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고 부인했다.

이날 공판에선 박씨가 공포에 떨고 있는 이씨를 달래며 맥주를 마시라고 권유했다는 조기수 이모(56)씨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도 공개됐다. 이씨는 검찰에서 “박씨가 이씨에게도 맥주를 마시게 해서, 내가 이씨에게 (맥주를)마시지 못하게 했다”고 진술했다.

또 일부 선원은 섣불리 탈출하다가 부상을 입거나 심장마비에 걸릴 우려가 있어 세월호가 더 기울어 탈출이 용이해질 때까지 선원실 복도에서 대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조기수 이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해수면에서 3층 갑판까지의 높이는 보통 3층 건물보다 더 높아서 어느 정도 침몰하지 않은 상태에서 뛰어내리면 그 충격으로 다칠 수 있고, 물이 차가워서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좌현으로 배가 더 침몰해 3층 갑판과 수면이 가까워지길 기다리고 있었다”고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기관부 선원들이 부상 당한 조리부 동료 승무원들을 내버려둔 채 탈출하고 이를 은폐하려 했던 정황도 확인됐다. 손씨는 이날 “3층 기관부 객실 복도에서 굴러 떨어져 신음 중이던 조리수 김모씨와 조리원 이모씨를 그대로 둔 채 나머지 선원 6명과 함께 서로 손을 맞잡고 탈출했다”며 “당시 두 사람의 상태를 확인한 기관장 박씨가 같이 데리고 가자고 했다면 어떻게든 데리고 나갔을 텐데, 갑자기 박씨가 ‘나가자’고 했고, 지금은 무슨 말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박씨가 큰 소리로 함구하란 취지가 담긴 단어를 외쳤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기관부 선원들은 이 같은 사실을 해경 조사에선 밝히지 않다가 검찰 조사에서 실토했다. 조리수 김씨는 6월 6일 선미 좌현 객실에서, 조리원 이씨는 7월 18일 3층 선원 식당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각각 발견됐다.

손씨는 사고 직후 승객 구조 등에 대한 자신의 책임과 관련한 민감한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발뺌하면서도 선장이 퇴선명령도 하지 않고 승객구호를 수행하라는 방송도 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직무유기”라고 답하며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한편 해경과 언딘의 유착 의혹과 관련, 광주지검 해경수사 전담팀(팀장 윤대진 형사 2부장)은 2일 최상환 해경 차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구난업체를 언딘으로 선정하는데 최 차장이 개입한 정황을 확보해 사실 관계를 추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차장의 혐의가 입증되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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