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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제주도의 변검(變瞼ㆍ얼굴바꾸기)

입력
2014.09.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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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가 바뀌었다고 5년 전 받은 건축허가를 취소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투자자에게도 제주의 미래가치에 맞춰 개발하는 것이 이익이다. 그러나 2009년 허가받은 사업계획을 변경해 드림타워 층수를 낮추겠다고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게) 말한 적은 없다. 중요한 것은‘풍우무조(風雨無阻: 비바람이 불거나 어떤 상황에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는 뜻)’, 정책의 일관성이다.”

제주 드림타워와 헬스케어타운 등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 뤼디그룹 장위량 회장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문제가 된 드림타워는 중국 굴지의 부동산개발 국유기업인 뤼디그룹과 롯데관광개발 계열 동화투자개발이 합작으로 2017년까지 지상 56층의 호텔과 콘도미니엄빌딩 2개 동,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을 건립하는 사업. 외국자본 투자가 아쉬울 때 중국 부동산개발자금 1조원을 어렵게 유치한 것으로 시진핑 중국 주석 방한 당시 중국의 대 한국 투자 성공사례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원희룡 지사가 취임하면서 “드림타워 사업이 제주도의 경관과 교통, 도시기능 등 미래가치와 맞지 않는다”며 전임 지사의 허가를 번복하겠다는 뜻을 밝혀 파문이 커졌다. 특히 원 지사가 최근 장위량 회장과 만나 드림타워 높이를 줄여 달라고 요청한 것을 놓고 마치 뤼디그룹이 이를 수용한 것 같이 부풀려지면서 투자자들이 발끈하고 있다.

일단 인허가 행정의 시계추를 5년 전으로 되돌려 보내겠다는 조치는 뤼디그룹으로선 사업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 고도를 낮춰 용적률(분양률)을 유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인허가를 다시 받는 데만도 1년이 걸린다. 인허가를 받아도 도지사가 바뀌면 또 무슨 잣대를 들이댈지 예측할 수 없다. 여기에 원 지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제를 행정과 경제의 절차와 논리로 푸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풀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투자를 유치한 롯데관광 측은 기존 허가대로 사업 추진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법적 공방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물론 주변건물이 15층 정도인 제주 도심에 도시경관 파괴나 교통난에 대한 대책도 없이 56층 쌍둥이 건물(218m)을 짓게 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결정을 재검토하고 참여 인사에게 책임을 묻기에 앞서 이를 투자자에게 불이익을 전가하는 것은 정책신뢰도 측면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사업승인 절차가 끝난 사업에 대해 허가를 번복하는 것은 뤼디그룹이 중국 국유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중관계에도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고 했다’지만 만약 이 같은 일이 법과 규정에 의하지 않고 도지사의 의지 하나만으로 바뀐다면 향후 대외정책의 신뢰성 추락은 물론 미래 투자자들의 정책불신은 심화 될 수 밖에 없다.

제주시 무수천유원지에 리조트 사업을 추진 중인 한 중국 투자업체 관계자는 “현재 제주도는 상당히 좋은 투자환경을 가지고 있어 중국기업들이 기꺼이 투자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인허가 정책이 어이없이 바뀐다면 중국기업들은 제주에서 모두 빠져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개발자금 유치를 ‘투기성’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가뜩이나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어 유의할 사항이다. 지난 1일 중국 충칭에서 열린 한중 재계회의에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중국측에 새만금 한중경제협력단지 조성 협력 등 중국의 대 한국 투자를 늘려 달라고 당부했는데 드림타워 분쟁은 여기에 찬 물을 끼얹는 격이다.

제주 출신인 원 지사가 중국 자본에 대해 옥석을 가리고 제주의 환경과 지역 경제도 지켜 도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겠다는 뜻은 십분 이해할 만 하다. 또 프로젝트 별로 인허가 상황에 맞춰 적절한 보완책을 요구하는 처방전도 필요하다. 하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친 과정을 정치적으로 뒤엎는 조치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정책은 현실에 맞게 달라질 수 밖에 없고, 투자자들이 적절하게 대책을 마련하라는 식의 일방적 통고로는 문제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

장학만 산업부 선임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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