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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강석주

입력
2014.09.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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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김정은 시대를 거치며 북한 권부에서 수많은 인물의 부침이 있었다. 그런 가운데 변함없이 자리를 유지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강석주(姜錫柱) 당 국제담당비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낸 북측 실무주역이다. 제네바합의 체제에 이어 6자회담 체제를 막후에서 이끈 그는 북미 외교의 산 역사이자 북 외교의 제갈공명이라 불린다. 김정일 생존 시 외상을 거치지 않고 대미협상 내용을 직접 보고 했다. 악명 높은 북한 벼랑 끝 외교의 실질적인 지휘자였던 셈이다.

▦ 올해 75세인 그는 평양외국어대학 영어과와 국제관계대학 불어과를 거쳐 중국 베이징대학 서양언어학과를 졸업했다. 리자오싱 전 중국 외교부장이 베이징대학 유학 시절 룸메이트로 그의 영어 공부를 도왔다고 한다. 1986년 북 내각관료로서는 젊은 나이인 47세에 외교부 제1부부장에 발탁될 만큼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 받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말년인 2010년 9월 정치국위원 겸 내각부총리로 승진한 그는 지난 5월 당 국제담당비서가 됨으로써 김정은 시대 들어서도 건재를 과시했다.

▦ 그가 이번 주 후반부터 독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 순방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유럽연합(EU) 측과의 일정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전문가들은 그의 유럽 나들이를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 대 당 교류형식이라 방문국 정부 인사 면담은 잡혀있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위상에 비춰 모종의 중대 임무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이달 하순 리수용 외무상이 북한 외교사령탑으로서는 15년 만에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는 것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 북한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고립을 탈피하고 국제사회와의 교류 협력을 늘리는 게 필수적이다. 강석주의 유럽순방, 리수용의 유엔총회 참석 등 요즘 부쩍 활발해지는 북한의 대외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북한의 핵ㆍ경제 병진노선 유지가 확고해 보이고 단거리 발사체 시험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뤄지는 움직임이어서 미심쩍은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국제사회 이해도가 높은 강석주, 리수용과 같은 인물의 움직임에 김정은 체제의 변화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걸고 싶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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