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2009년 156만8,000여명에서 올해 134만3,000여명(6월 기준)으로 5년 새 22만5,000여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급자 비율로 따지면 3.2%에서 2.6%로 0.6%포인트 하락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이 공개한 정부 자료에 따르면 수급자 수는 2005년 이후 꾸준히 늘다가 2009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표면적인 이유는 소득ㆍ재산 증가나 부양의무자 관련으로 수급대상에서 제외된 사람이 새로 혜택을 받게 된 사람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탈 수급’이 곧 ‘탈 빈곤’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비수급 빈곤층이 400만명에 달한다는 보건사회연구원의 추산에 비춰 보면 ‘복지 사각지대’가 오히려 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복지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 역시 이명박 정부와 마찬가지로 부정수급 방지에 골몰하느라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사각지대 빈곤층을 찾아 지원하는 데 소홀했던 것을 문제로 지적한다. 나아가 올해로 시행 15년째를 맞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맹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빈곤층 노인 대상 ‘기초연금 줬다 뺏기’ 논란도 기초수급 제도와 연계된 정부의 안이한 행정에서 빚어졌다. 정부는 7월부터 기초연금(최대 20만원)을 지급하면서 기초수급자인 노인 40만명에 대해 기존 기초노령연금과의 차액을 소득으로 인정해 8월부터 생계급여를 10만원 깎았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노인들의 연금액은 늘어난 반면, 도움이 절실한 노인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선 공약을 믿었던 노인들은 “속았다”고 반발하지만, 정부는 기초생활보장법과 시행령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이 같은 ‘기초연금의 역설’을 제기하며 시행령 개정을 요구했으나 정부가 무시했다고 비판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생계급여와 별도로 지급하던 경로연금 등 각종 수당을 기초노령연금으로 통합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임의로 생계급여를 삭감하고 뒤늦게 시행령을 고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맞춤형 복지’를 표방하며 국회에 제출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있다. 기존 통합급여를 세분화하고 급여산정 기준을 중위소득으로 대체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정부안은 방식만 복잡할 뿐 사각지대 해소에 실효가 없는 만큼 부작용이 많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최저생계비를 높여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러한 논란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국회의 소극적인 태도다. 여야 모두 사회적 약자인 빈곤층의 입장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생을 외치며 개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하지만, 무작정 서둘렀다가는 ‘기초연금의 역설’같은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국민여론 수렴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개선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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