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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쓴 편지] 천년 송림의 아침

입력
2014.09.0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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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 배동의 삼릉은 아달라왕 신덕왕 경명왕 등 신라 왕릉으로 추정되는 3개의 능이 있어 삼릉이지만 소나무 숲 촬영지로 더 유명하다. 새벽 안개를 품고 여명에 빛을 투영시키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전국에서 작가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최근 한 사진작가가 앵글에 방해된다며 멀쩡한 금강송을 11그루나 훼손한 일이 있었다. 전국의 소문난 촬영지마다 속칭 ‘(사)진사님’이 넘친다. 멋진 사진을 위해서라면 연출과 조작도 거리낌 없고, 조금이라도 방해되면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 곳을 찾아 어렵게 자리를 잡은 날, 앞을 방해하던 몇몇이 자리를 옮기는 짧은 사이 거짓말처럼 햇살이 들었다. 사진은 순간의 포착이고 기다림의 미학이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더 느긋해져야 한다. 천 년을 이어온 저 소나무처럼.

경주=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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