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수억대 수수료 챙기며 '작전' 투자자문 대표는 65만회 시세조종
금감원 "종사자들 연루 땐 엄단"
투자일임재산을 운용하며 돈을 받고 특정주식을 매수, 시세를 조종한 증권회사와 기관투자자 직원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의 주가조작 범죄는 증권시장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수사기관에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단장 조재연)은 올해 2월부터 7개월간 시세조종 전문가와 브로커, 이들에게 시세조종을 의뢰한 회사 대표와 대주주 등 총 78명(구속 48명)을 적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범죄수익 231억원을 환수조치하고 탈세 혐의가 포착된 사람들의 명단을 국세청에 통보했다.
증권사 직원ㆍ기관투자자 금품 받고 시세조종
검찰에 따르면 M투자증권 지점장 김모(38)씨는 2011년 11월 지점 VIP 고객이자 E사의 2대주주인 신모(51)씨로부터 시세조종을 통해 보유 주식을 비싼 값에 팔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김씨는 동료 직원, 브로커 등과 짜고 이듬해 7월까지 신씨 보유 주식의 주가가 8,800원대를 유지하도록 3,745차례에 걸쳐 시세조종을 했다. 김씨 등은 기관투자자 직원들에게 수수료 2억여원을 주면서 해당 주식을 매수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 일당도 2억8,000만원을 수수료로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은 신씨 보유 주식을 매수했다가 각각 수억원의 손해를 봤다.
투자자문회사 경영진에 증권방송 관계자도 연루
A투자자문회사 대표 윤모(50)씨는 2012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회사 전ㆍ현직 경영진 2명과 짜고 W사 등 9개 종목에 총 8,789억원을 집중투자, 65만8,943차례에 걸쳐 시세조종을 했다가 적발됐다.
윤씨 회사의 투자로 해당 종목 주가는 시세조종 전 대비 최대 122.8%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를 수상하게 여긴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주가가 폭락해 시가총액 약 2조3,334억원이 증발했다. 윤씨는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발을 뺐지만 미처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평균 30%의 투자손실을 입었다.
검찰은 또 미리 사놓은 주식 종목을 유망 종목인 것처럼 방송이나 온라인상에서 추천한 뒤 주가가 오르면 이를 처분하는 방식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증권방송 소속 주식투자 전문가 김모(42)씨와 증권 관련 인터넷카페 운영자 등 8명을 적발했다. 일반 투자자들은 이들의 과장ㆍ허위 추천에 속아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검찰 관계자는 “회생절차를 밟던 기업 대표가 실체가 없는 인수합병(M&A) 세력에 인수될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해 투자자를 현혹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시세조종 등 증권범죄에 금융업 종사자들이 연루될 경우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적발된 사람들을 금융투자협회에 통보, 동종업계에 종사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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