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적합업종에 묶여 논란
우리나라 기업인데, 한국에선 사업을 할 수가 없다.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희한한 일은 다국적 대기업들은 버젓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지정되면서 3년째 계속되는 모습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반성장위원회는 LED 조명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재지정 논의를 진행 중이다. 2012년4월, LED 조명에 지정된 중소기업적합업종 기간이 올해 말(12월31일) 기준으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당초 국내 중소기업들의 보호를 위해 LED조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됐지만 현실은 국내 시장이 외국 대기업 기업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말았다. 중국산 저가 상품이 밀려오는 데다, 필립스나 오스람 등 다국적 업체들의 시장잠식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국내 A사 관계자는 “LED 조명 사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선정된 것은 국내 중소기업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였는데, 그 사이를 틈타 오히려 외국 업체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LED 조명사업을 하는 국내 대기업들의 피해는 내수 시장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다.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 실적이 저조하다 보니,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뚫기도 쉽지 않다. 대기업 B사 관계자는 “외국계 대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데, 정작 한국 대기업은 앞마당에서 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 시장 판매 실적을 먼저 요구해오면 난감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고”고 토로했다.
물론 LED 조명 관련 중소업계 입장은 다르다. “LED 조명이 중기적합업종에서 제외될 경우엔 국내 대기업들은 직접 제조를 하기 보다는 중국에서 값싼 제품을 들여오거나 국내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면서 유통에 치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국내 LED 조명 사업 기반은 무너지게 될 것”이란 게 중소 LED 조명업계 의견이다.
일단 동반성장위원회측은 LED 조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선정된 2012년에 비해 업계 상황이 달라진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LED 조명 사업과 관련된 대기업과 중소기업들과 만나 간담회 등을 가지면서 논의를 하고 있다”며 “LED 조명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재선정은 11월 중에 결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조달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 6,500억원 규모에 머물렀던 국내 LED 시장 규모는 올해 8,400억원을 넘어 내년엔 1조600억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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